매거진 파란 여행

장단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

by 한명화

독개다리 바로 앞쪽에 경의선 장단역 증기 기관차라는 슬픈 빛으로 서있는 안내판을 바라본다

오래 세월을 지나며 뻘건 녹이 슬고 쇠들이 삭아 너덜거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모습으로 그날의 사연을 전하고 있다 증기기관차ㅡ

칙칙 푹푹 기적을 울리며 힘차게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달렸던 그날들의 멋진 추억을 회상하며 언젠가 다시 달리게 될 그날을

기다림에 지쳐 뻘겋게 녹슨 기관차의 모습이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의 마음과 닮아 기다리다 지쳐 너덜너덜 해진 것만 같다

기관차 옆 철망에는 통일의 소망 담아 써 놓은 빼곡하게 걸린 색색의 리본에 쓰인 글들이 큰소리로 ㅡ통일이여 오라 ㅡ고 외치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다

힘차게 달리던 기차가 지금은 잠자고 있는 철길을 따라가자 건널목이 나오고 계속해 걷다 보니 새로운 모습이다

철도 중단점

철마는 달리고 싶다

알림과 소망도 담아 놓은 표지석이 있고 뒤쪽으로 까만 증기기관차의 기관실만 덜렁 세워져 있다

중단점ㅡㅡ

이 증기기관차 뒤로는 철로가 없다

언제 다시 경의선이 복구되어 달리고 싶은 저 철마가 힘차게 기적을 울리게 될지ㆍㆍㆍ

우리는 목이 긴 사슴 되어 기다리고 있다

그ㅡ날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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