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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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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Apr 02. 2023

화석정에 불을 지르라

화석정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
느티나무
향나무
임진강 풍경과 어울어진 화석정
이이가 8세에 지은시 8세 부시
임진강

파주의 화석정

선조의 피난길 이야기로 유명한 이곳에 꼭 와 보고 싶었다는 짝꿍과 화석정을 본다

아름다운 단청을 한 정자 화석정

아름드리나무들이 긴 세월을 말하고 있었다

마당에는 8세 부시라는 율곡 이이의 시가 있었는데 8세 때 이곳 화석정에서 지은 시라했다 소개하면

숲 속 정자에 가을 이미 늦으니

시인의 시상은 끝이 없구나

먼 물줄기는 하늘에 잇닿아 흐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햇빛 받아 붉도다

산은 이로운 둥근달을 토해내고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도다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소리가 저녁구름 속에 끊어지도다 ㅡ

8세의 어린 소년이 쓴 이 시 속에 화석정을 품은 자연경관이 다 드러나 있는 듯하다

율곡

동인이 득새한 조정에서 서인이었던 율곡 이이가 주장한 10 만 양병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율곡은 낙향 후 화석정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화석정 기둥과 바닥등에 들기름을 틈나는 대로 계속 바르게 했다 낙향 이듬해 숨을 거두며 봉투하나를 남겼는데 나라의 어려움이 있을 때 열어보라는 유언을 남겼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선조가 피난길에 화석정에 왔는데 비가 많이 오고 캄캄한 밤이어서 배를 띄울 수가 없었다

이항복이 율곡의 봉투를 열어보니 거기에

화석정에 불을 지르라ㅡ고 쓰여 있었다 항복은 화석정에 불을 질렀고 들기름을 계속 먹였던 기둥과 바닥은 관솔처럼 불에 타며 주변이 대낮같이 환해져 임진강에 배를 띄우고 선조는 무사히 피난을 갈 수 있었다


율곡의 재미있는 탄생설화가 있다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가 한 주막에 여장을 풀었는데 주모가 말하기를

'이번 길에 댁에서는 귀한 인물을 얻을 것이나 후환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ㅡ라고

이원수는 듣고 있다가 방도를 묻자

'밤나무 천 그루를 심으면 된다' 했다

정말 아들을 낳은 이원수는 주모의 말이 생각이나 밤나무 천 그루를 집 주변에 심었다

몇 년 후

험상궂게 생긴 중이 와서 아들을 만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주모의 말을 떠올린 그는 율곡을 보여주지 않자 화가 난 중은 절대로 못해낼 줄 알고 '그럼 좋다 밤나무 천 그루를 시주하면 아들을 데려가지 않겠다'는 말에 이원수는 밤나무를 세기 시작했다 999 큰일 났다 한그루가 부족했던 것 중은 한그루가 모자라니 아들을 내어 놓으라 하고 한그루가 모자라 아들을 빼앗길 것 같았는데 그때 숲 속에서 큰소리로ㅡ 나도 밤나무ㅡ라는 소리가 들리자 중은 호랑이가 되어 달아났다.


화석정을 돌아보며 이곳에서 후학을 양성했던 서당 같은 곳이라 율곡도 이곳에서 공부를 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던 중 8세의 나이에 저처럼 멋들어진 8 세부시라는 시를 쓰지 않았을지ㅡ

석정 옆 의자에 앉아 굽이쳐 흐르는 강과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향나무의 멋진 풍광에 안긴 화석정을 담아본다

그리고 선조의 피난길에 불타오르는 불꽃도 꺼내보며 율곡이이의 선견지명에 놀라울 따름이다

또 하나ㅡ

예나 지금이나 그치지 않는 당파싸움

결국은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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