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람 붓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정선사 출가기

by 한명화

고려시대 비단을 팔아 어머니를 봉양하던 한 청년이 비단을 팔러 가다 강원도 대관령 고개에서 쉬고 있었다

이때 가까이에서 누더기를 걸친 노스님이 한참을 꼼짝도 않고 서있는 모습이 너무 이상해서 다가가 물었다

ㅡ스님 아까부터 그렇게 서서 무얼 하십니까

ㅡㅡ잠시 중생들에게 공양 중이라네

ㅡ 그 중생이 어디 있습니까?

ㅡㅡ내 몸에 붙어사는 이와 벼룩이 편하게

내 몸의 피를 먹게 하기 위한 것이라네

스님의 대답에 하찮은 벌레까지도 자비롭게 생각하는 스님의 불심에 감동을 받은 청년은 비단 보따리를 팽개치고 스님을 따라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던 스님이 오대산 동대관음암에 도착하자 청년은 노스님께 자신도 출가하고 싶다고 간곡히 청하여 행자로 들어갔다

다음날

노스님은 청년에게 공양간에 무겁고 커다란 솥을 걸라하셔서 한나절 동안 힘들게 그 큰 솥을 잘 걸었다

그러나 노스님은 솥을 맞지 않는 곳에 걸었다며 옮겨 다시 걸라하셨다

청년은 무거운 솥과 씨름하며 똑바로 솥을 잘 걸었지만 노스님은 또다시 걸라하셨다

행자는 솥을 걸고

노스님을 다시 걸라하고

그렇게 아홉 번이나 반복되었다

행자는 불평하지 않고 노스님의 명령을 따라 솥을 걸었고 묵묵히 수행하는 그 모습을 지켜보신 노스님은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고 법명도 내려 주었다

솥을 아홉 번이나 걸었다 하여 구정이라는 법명을 받은 구정스님의 출가 기이다

구정스님의 아홉 번 솥을 건 일화는 수행자의

길을 가는 많은 출가인들에게 귀한 모범이 된다고 한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해 본다

만일 나라면?ㆍㆍㆍ


이루고자 하는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하여 어려운 고비를 만날 때마다 포기하거나 불평불만을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을 때 뜻을 펼칠 수 있다는 진리가 구정선사 행자기 한 폭의 그림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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