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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앞에는 스승도 제자에게
신찬스님의 훈계
by
한명화
Aug 10. 2023
중국 당나라 때 신찬스님은 계현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출가를 했다
신찬의 수행목표는 진리를 깨우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승의 가르침이 시원찮아 몰래 절을 빠져나가 당대 고승으로 알려진 백장스님의 문하로 들어가 그곳에서 깨우침을 얻은 후 돌아왔다
계현스님이 물었다
ㅡ어디 가서 무얼 하다 왔느냐
ㅡㅡ달리 한일은 없습니다
ㅡ고얀 놈! 산에 가서 나무나 해오너라
신찬은 나무를 해다가 물을 데워 스승의 목욕을 도와 등을 밀며
ㅡㅡ법당은 좋은데 부처님이 영험하지
못하는구나
(몸뚱이는 그럴듯한데 불심이 형편없구나)
말뜻을 모른 스승은 흘깃 눈길을 주었다
ㅡㅡ부처가 영험은 없으나 방광은 하는구나
(불심은 신통치 않으나 눈빛은 살아있구나)
스승은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
깨우친 마음으로 바라보니 불경공부에만 매달려 있는 스승이 초라해 보였다
어느 날 스승의 방에 가 보니 불경을 읽고 계셨다
이때 신찬이 보니 벌 한 마리가 방에 들어왔다가 밖으로 나가려고 열린 옆문은 놔두고 봉창에만 계속 부딪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불경만 읽고 있는 스승의 모습과 닮아 보여
ㅡㅡ열린 문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봉창만 두드리니 어리섞구나 백 년 동안 불경만 들여다 본들 어느 날에 나갈 수 있을까
신찬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낀 스승은 제자에게 물었다
ㅡ어느 스님을 찾아다니며 공부했느냐
ㅡㅡ백장스님 문하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계현스님은 비로소 제자가 범상치 않음을 알아보고 대중을 소집하여 법회를 열었다 많은 대중들이 모인 앞에서 제자에게 큰절을 올리고 법문을 청했다
신찬스님을 법상에 모시고 법문을 들은 계현스님은 크게 깨달음을 얻어 법문에 심취했다고.
제자의 비범함을 인정하고 대중 앞에서 스스로 절을 올려 법문을 청해들은 계현 스님의 겸손함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또한 배움 앞에는 스승도 제자가 될 수 있고 제자가 스승이 될 수 있으니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라는 생각은 오만이라는 깊은 가르침을 깨닫게 하는 일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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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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