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바람 붓
쌀방아는 다 찧었습니다
혜능대사의 방아 찧기
by
한명화
Aug 9. 2023
혜능은 중국 최남부 지방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나무장사로 어머니를 봉양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시장에 나무 팔러 갔는데 탁발승의
독경하는 소리를 들었다
마음에 울림이 있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듣던 중
ㅡ마땅히 머무르는 바 없이 그 마음은 낼지니라ㅡ라는 구절에 마음이 끌리고 홀연히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가 독경한 스님에게 물었다
ㅡㅡ무슨 경입니까
ㅡ금강경입니다
그는 금강경 배우기를 간청하며 조금 전 듣고 느낀 심경을 이야기하니
ㅡ홍인대사는 금강경 한 권만 수지 하면 성불한다는 가르침을 준다ㅡ며 홍매현 홍인대사를 찾아가라며 젊은이의 발심을 기특히 여겨 금 열 냥을 건네 노모를 봉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옷과 음식을 사서 어머니께 드리고
황매현으로 가서 홍인대사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ㅡ너는 어디서 무엇을 구하러 왔는가
ㅡㅡ저는 영남신주에서 오직 깨달음의 법을
구하러 왔습니다
ㅡ너는 오랑캐인데 어찌 부처가 될 수 있느냐
ㅡㅡ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지만 불성에는
남북이 없습니다 오랑캐의 몸이 스승과
같지 않지만 불성에 어찌 차별이
있겠습니까ㅡ라고 대답하자
홍인대사는 젊은이가 큰 그릇임을 알고 주위의 시샘을 염려하여 큰소리로 꾸짖듯
ㅡ나가서 방아나 찧어라
이에 그는 방앗간에서 방아를 찧게 되었다
8개월이 지난 어느 날 홍인대사가 방앗간을 찾았는데 젊은이는 자신의 몸이 가볍다며 등에 바윗돌을 짊어지고 방아를 찧고 있었다
역시 젊은이가 큰 그릇임을 다시 느끼며
ㅡ사람들이 시기하고 너를 해칠까 염려가
되어 더 말하지 않은 것인데 그 뜻을 아느냐
ㅡㅡ예 저도 스님의 뜻을 짐작하여 스님 근처에는 얼씬도
안 했습니다
방앗간에 다녀간 지 얼마 후 홍인 대사는 문하의 모두를 모아놓고
ㅡ대법을 상속할 제자 선출을 위해 누구라도 진리를 제시하라 만일 진리를 깨달았다면 그자에게 초조 달마대사 이래의 가사와 발우 그리고 법을 전하여 육조대사로
삼겠다고
발표하였다
제자 중 누구나 인정하는 신수대사가 게송을 무명으로 송인대사가 잘 다니는 곳에 붙였다
ㅡ몸은
보리수나무이고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으니
항상 부지런히 털고 닦아
티끌 먼지가 끼지 않게 하라
ㅡ
혜능은 여전히 방아를 찧다가 사미승이
읊조리는 신수대사의 게송을 듣고
ㅡ보리라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바탕이
아니로다
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
어느 곳에 티끌 먼지가
묻으려오ㅡ
라는 글을 사미승에게 부탁하여 무명으로 신수대사글 옆에 붙여달라 부탁했다
사람들은 이글에 깜짝 놀랐고 홍인대사도 이 게송을 보고는 깜짝 놀랐으나 그 속을 숨기고 아무것도 아니라며 발로 문질러 버렸다
그날밤 홍인 대사는 다시 방앗간에
찾아가서
ㅡ쌀방아는 다 찧었느냐
ㅡㅡ예! 쌀방아는 다 찧었는데 아직 키질을
하지 못하였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쌀방아는 경전 공부이며
키질은 홍인대사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숨은 뜻이라 함)
이에 홍인대시는
주장자로 방아를 세 번 내리치고 거처로 갔다
그 뜻을 알아차린 젊은이는 삼경에 찾아가니
홍인대사는 혜능이라는 법명을 내리고
ㅡ네가 이제 제6 대조가 되었다
잘 두호하고 지키어 널리 중생을 제도하라
혜능대사는 출가한 지 8개월 만에
초조 달마대사의 정법상승인의 의발과 법을 홍인대사에게 전수받아 육조 혜능 대사가 되었다
.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일화인 것 같다
불법을 배우러 왔는데 방앗간으로 보내 아무 말없이 8개월 동안이나 방아를 찧게 했는데도 불평하지 않고 방아를 찧었던 청년
그것도 몸이 가볍다며 등에 돌덩이를 짊어지고 방아를 찧다니ㅡ
상징적인 그 돌덩이는 경전을 공부했던 무게가 아닐까?
방아를
찧으며 얼마나 깊이 금강경 공부를 했으면 8개월 만에 육조대사가 되었을까?
큰 인물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ㅡ명화생각.
keyword
대사
그림
불교
60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 댓글을 쓸 수 없는 글입니다.
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팔로워
737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붉은 눈이 내리면
저녁노을이 저리도 붉단 말인가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