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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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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Sep 06. 2023

쓸쓸한 동량역

충주시 동량면에 잠들어 있는 역이 있다

조선시대 중앙탑의 동쪽에 있다 하여 동량이라는 지명으로 명명한 동량역이다

국도길 한 시간 반여를 달려 시골길로 접어들고 동굴 다리 밑을 통과하여 꺾어지니 오르막?

천천히 차가 오르니 맞다 동량역이다

텅~빈 꽤 넓은 앞마당에 주차하고 내려보니

휭~~~ 하니 쓸쓸하다

세 개의 깃봉에는 녹이 슬고 깃봉 터 된 단에는 손 멀어진 흔적 고스란하다

안으로 들어가 보려 동량역 입구로 가서 보니 맞이방이란 말이 무색하게 문은 굳게 닫혀 있는데 유리문을 통해 들여다 본 실내는 집기하나 없고 빈터에 먼지만 쌓여 오랫동안 방치되었음을 전하고 있었다

모든 기능을 상실한 외롭고 쓸쓸한 폐역 그랬다 폐역이었다

옆으로 돌아가 철망사이로 철로를 바라보니 여러 철로의 선이 있어 꽤 많은 기차가 지났던 역임을 알 수 있었고 우리가 살펴보는 동안에도 기차가 지나는 것을 보았지만 이 동량역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쌩쌩 찬바람만 일으키며 지나고 있었다

이 넓은 마당, 주변에 우거진 나무들, 무엇보다 버려져있는 역사ㅡ살릴길은 없을까?

행여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와서 이곳에서 작품도 만들고 전시도 하면 다시 호흡할 수 있지 않을까

동량역을 돌아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손안의 사전을 두드려 동량역의 역사를 훑어 보았다

1959년 1월 1일에 출생 ~2008년 여객 취급이 중단되었고~ 2014년 8월 1일 운전간이역에서 무배차 간이역(역의 기능을 상실)으로 격하되었다고ㅡ

외롭고 쓸쓸한 동량역을 돌아보며 세상의 이치는 사람이나 사람이 만들어 사용하던 이런 역에서도 수레바퀴의 이론이 잘도 맞아떨어진다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수레의 바퀴가 힘들게 절정을 향해 올라가지만 어쩔 수 없는 힘의 논리에 내려올 수밖에 없다는ㅡㅡㅡ

내 삶의 바퀴는 벌써 얼마큼 내려왔을까

폐역이 되어 외롭고 쓸쓸한 동량역의 모습에

머잖은 나의 미래가 오버랩되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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