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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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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Nov 27. 2023

동화 속으로 간 반딧불이

어린 시절

여름날 밤이면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잡아 손안에 담으면 손가락이 말갛게 불빛에 어리어 반딧불이 손초롱 되었고 

호박꽃에 넣으면 호박꽃초롱이 

빈병에 넣으면 반짝이는 반딧불이 병초롱이 되었다

여름날 밤이면 우리 동네 정자나무 옆 풀숲에는 반짝이는 반딧불이와 반딧불이 잡으려 훠이훠이 손을 휘젓는 꼬맹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었는데ㅡ

언제인가부터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풀숲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논 밭에는 농약이 살포되어 반딧불이 모습은 사라져 갔다

지난여름 무주에 갔을 때 반딧불이 축제라 했는데 낮에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을 무주 문화예술관에서 조금이나마 풀어냈다

문화예술관에는 여러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고 그중 윤강미 작가님의 반딧불이 동화책이 전시되고 있었다

온 가족이 뒷동산에 올라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만나 행복한 체험을 하는 그림 동화였는데 푸른 숲과 쭉쭉 곧은 나무들 그리고 풀숲에 반짝이는 반딧불이와 온 가족이 반딧불이를 만나 즐기는 그림동화의 풍경은 정말이지 감동이었다

그렇구나

예전에는 이 처럼 자연스럽게 만나 즐거움을 주었던 반딧불이가 이제는 그림 동화 속으로 들어왔구나

아름다운 동화의 풍경 속에 나도 하나 되어 어린 시절 친구들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정자야! 명순아! 정숙아! 선희야!ㅡ

노ㅡ올ㅡ자

어느 사이 정자나무 밑에는  

호박꽃 초롱,

빈병 반딧불이 초롱,

말간 손 반딧불이 초롱이 반짝이고 있다

꼬맹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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