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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행복 아니겠어?
by
한명화
Sep 25. 2023
어쩌다 스치듯 보게 된 슈퍼의 문자
무가 1000원이라고?
얼른 들어가 보니 정말 1000원 이네
이 집의 무는 언제나 믿고 사면된다
맛있는 무를 언제나 믿고 살 수 있기에ㅡ
그렇잖아도 무채김치 늘 담고 싶었는데
ㅡ여보 슈퍼 다녀올게요
서늘한 날씨에 얇은 점퍼를 걸치고
장바구니 손수레를 끌고 슈퍼로 간다
물론 배달을 해주지만 계획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 끌고 와야 하겠기에ㅡ
슈퍼에서 무만 산다 했는데 그게 어디 맘대로 되나?
아주 커다란 무 3개, 대파도 싸네 한단 넣자 두부도 넣고, 호박도, 오이고추도, 어? 호박잎도 있네 넣어야지, 양파도 한 망 넣자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끌어안는다 누구? 돌아보니 너무 좋아하는 옆 아파트의 지인언니다
언니도 무 사러 왔다며ㅡ
우린 계산을 마치고 손수레에 다 싣고 우연히 만난 반가움에 수다를 떨며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장바구니를 정리하고 쓱쓱 무를 씻고는 짝꿍을 부른다
ㅡ여보! 이 무 밀어주세요
짝꿍이 쓱쓱 채칼로 밀어낸 무에 소금 간을 해놓고는 묽게 약간의 풀을 쑤어 양파 하나와 마른 붉은 고추 세 개를 썰어 넣고 쑤어놓은 풀과 액젓을 약간 부어 믹서기로 들들들 잘도
갈린다
잘 갈아진 양념에 파와 간마늘을 넣고 고춧가루와 새우젓을 넣어 양념 마무리, 그사이 무는 다 절여졌다
ㅡ여보! 옛날 김장할 때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무 절인물에 그대로 채김치 담아라라고 하시던데ㅡ짝꿍의 말에
ㅡ그래요? 그럼 우리도 그렇게 하지요
절인 무에 준비해 둔 양념을 다 넣고 통깨도 듬뿍 넣어 버무린다
우ㅡ와! 맛있는 냄새
맛보기를 먹여주자 날김치를 즐기지 않는 짝꿍이 점심에 생체도 먹자 하신다
맛있다는 것이지ㅡㅎ
채김치를 김치통에 담고 정리를 한 후
밥을 하고 닭볶음탕을 끓이고 생체김치를 점심 식탁에 올렸다
오랜만에 담근 무체 김치를 맛있게 드시는 짝꿍을 바라보며 저녁엔 호박잎 쪄서 강된장 옹기에 자글자글 끓여 식탁에 올려야겠다며 빙그레 미소가 귀밑에 걸린다
이게 바로 행복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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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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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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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가
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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