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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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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Oct 02. 2023

크게 한번 웃자

삼척해신당공원

저 멀리 애랑 바위
애랑바위의 애랑동상
해신당
작품명ㅡ힘,작가ㅡ권오중.
미켈란젤로 상

삼척의 해신당 공원을 찾았다

예전에 처음 왔을 때는 정말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는데 경험치의 익숙함이랄까?

두 번째가 되니 뭐가 변했나를 찾아보게 된다

돌계단을 올라 엄청난 세월을 자랑하는 향나무를 끌어안아보고 다시 오른다

양쪽으로 나뉘는 길

당연 해신당으로 먼저 향했다

푸르른 소나무사이로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바다를 내려다보면 저 먼 듯 가까이에 애랑바위에 애랑상이 보인다

알고 보아야 보이지 모르면 그냥 지나칠 듯

왜? 바닷속 바위에 애랑 동상을?

그 이야기는 옛날 바닷가 신남 마을에 결혼을 약속한 애랑과 덕배가 살았다

바닷가 마을이라 미역이랑 해산물 체취를 하러 바다에 가는 애랑을 배에 태워 가까운 바다 바위옆에 내려주고 다시 데리러 온다며 돌아간 덕배는 잔잔하던 날씨가 돌변하여 거센 파도가 치자 깜짝 놀라 애랑을 데리러 갔으나 워낙 거센 도에 배를 띄우지 못하고 발만 동동거리고 애랑은 바위를 부여잡고 애타게 살려달라 소리쳤으나 끝내 파도에 쓸려 죽고 말았다

애랑이 죽은 후 그 마을 남자들은 바다에 나가면 사고로 죽어갔고 고기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덕배의 꿈에 나타난 애랑은 원혼을 풀어달라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덕배는 향나무로 남근을 깎아 애랑을 위해 제사를 지내 주었고 그 후로 고기도 잘 잡히고 남자들이 바다에 나가도 무사했다는 전설이다

이후 신남 마을에서는 정월대보름과 시월 첫 오일에 마을 성황당과 해신당에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한다

전설을 생각하며 해신당을 돌아보고 애랑의 모습인 듯 해신당에 모셔진 어여쁜 처녀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해신당을 돌아 나와 남근석을 자랑스럽게 작품화한 공원을 돌아보며 그 해학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덕배가 향나무로 남근을 깎았던 것에 유래하여 이곳이 남근석을 자랑하는 공원이 되었나?

힘이라는 제목을 달고 가장 앞에 전시된 우람한 권오중 님의 남근 작품을 필두로

각 대륙의 특징적인 모습도 구분해 놓았는데 정말?갸웃하면서도 웃음이 난다

하기야 이런 전시품을 보며 화가 날 여인네가 있을까?

공원을 돌아보고 예전엔 없었던 전시관을 돌아보고는 덕배네 집으로 함했다

처음 대면했을 때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었는데 두 번째에 세월도 앉고 나니

김홍도의 훈화도를 보고 만들었다는 덕배와 애랑의 사랑 행위에 그저 웃음이 날뿐ㅡ

예전과 조금 달라진 것은 좀 수위를 낮추어 애랑의 성기에 얇은 가림을 했다는 것ㅡㅎ

돌아 나오며 둘이서 마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아니? 예전에는 리얼했는데 어째 좀 거시기하게 슬쩍 가려놓았네ㅡㅡ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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