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나무껍질을 벗겨 물에 불궈 그것을 손톱으로 가늘게 째어 내는 것인데 짝꿍은 할머니가 생각난다며 할머니는 모시보다 더욱 섬세한 명주를 짜셨다 했다
베틀에 몸을 묶고 앉으셔서 몇 날 몇 달을 베틀에서 언제 내려오시는지 명주 한필을 다 짤 때까지 할머니와 베틀이 하나인 듯했다며 할머니의 노고와 그리움을 쏟아냈다
모시 째는 어르신들의 모습에는 내게도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왔다
동네 아주머니들이랑 한 곳에 모여 삼베를 째고 잇고 베틀에 엮고 베를 짜기까지의 여정도 꽤 길었다 아련한 추억을 나누며 머플러를 만드시고 예쁜 브로우찌며 액세서리를 만드시고 또 멋들어진 부채를 만드시고 다양한 우리 것들을 수공예로 만들어내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는 길 건너 전시장으로 향했다
베틀이 전시된 곳을 지나 한산모시 전시관을 향했다
전시관에는 색을 입힌 모시가 길게 늘어 펼쳐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 은은한 색들은 내 영혼까지도 몰아치는 감동으로 담겨왔다
또 다양한 옛 복식과 만드는 과정 등을 살펴보며 우리 것의 소중함과 우리 것들이 우리 실생활에서 멀어진 안타까움도 함께 다가왔다
전시관을 나와 판매장으로 향했다
모시로 만든 옷들이 전시되었나?
아님 그 옷을 입어 줄 주인을 기다리나?
그다지 친절해 보이지 않는 그저 사무적인 직원의 곁을 지나 옷들을 살펴본다
너무 아름답구나
정말 잠자리 날개 같네
한 여름에 아주 시원하겠다
손질은 쉽지 않겠는데ㅡ라며 돌아보는데
그런데이 옷들은 전시용품인 듯하다
만져보지도 못하게 하고 입어 본다는 건 노ㅡㅡ 심지어 진열대 옷도 걸쳐 볼 수도 없다는 것
어이없는 건 사진도 찍지 말라고?
멋진 옷을 찍고 싶었지만 입구에서 만ㅡ참내
옷 전시장이라면서 그 취지가???
그 가격은?
우ㅡ와! 비싸구나
명인들의 작품이며수공예품이라고 얘기 나누며 그러기에 이해가 된다고 말하면서도심지어 머플러 하나에도 크게 망설여지는 가격을 보며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 와서 그저 나처럼 눈으로만이 아니라 망설임 없이 하나씩 기분 좋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 본다
우리의 귀한 문화유산인 모시가대중 곁으로 더 다가올 수는 없는 것일까ㅡㅡ라는 생각을 하며 여행객의 입장에서 부담 없이 한 가지쯤 기념 삼아구매할 수있게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