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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여보! 사랑하고 감사해요

by 한명화

우천리 강가 커다란 버드나무 두 그루가 마주 보고 서있다

가진 것을 다 내어주고 변해버린 머릿결 흘러내리며 안 쓰러이 서로를 위로하는 듯

하늘과 강물은 서로를 배려하며 하나 되어

우리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는 멋진 날이다

83년 추석 날

그때는 단 하루 추석날만 쉬었기에

유아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었던 나는

고향에 갈 수가 없었다

외롭고 쓸쓸한 마음에 행사 때 입는 한복을 꺼내 입고 남한산성에 갔었다

많은 가족들이 명절을 즐기고 있었고 혼자인 나는 성벽에 붙어 서서 하모니카를 불며 고향생각에 젖어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서산의 해는 붉은 노을을 품어내며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듯했는데 들려오는 목소리

ㅡ아주머니! 날이 어두워졌습니다ㅡ라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깜깜한 산속에 그 많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고 달은 산 위로 둥실 떠올라있었다

순간 두려움에 아까의 목소리를 찾았지만 아무도 없어 한복자락을 부여잡고 산속 큰길 쪽으로 뛰었다

길 저만치에 걸어가는 모습이 보여 열심히 따라갔는데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따라잡기가 힘들어 큰소리로 불렀다

ㅡ아저씨! 아저씨!ㅡ

그는 걸음을 멈추었고 다행히 그분을 따라 함께 걸어 그 산길을 내려왔고 그분은 힘드셨을 터인데 음료수라도 드시고 가시라며 환타를 사서 건네주었다

이 인연으로 어렵게 부탁드린 명절이라 고칠 수 없었던 우리 원의 부러진 책상다리를 고쳐주셨는데 그 모습이 깊이 박혔나 보다

우리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그 후 난 물었다

아주머니! 날이 어두워졌다고 왜 했는지 ㅡ

결국 그 한마디가 우리를 만나게 해 주었기에 몹시 궁금해서 ㅡ

그의 대답은

추석달 촬영을 위해 남한산성 성곽에 올랐다가 저 앞에 푸른빛의 여인을 보고

언젠가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죽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말 한마디만 걸어주면 죽지 않는다고 하셔서 그때가 비행기 폭파사건이 있었던 때라 미망인이 그곳에서 뛰어내리려 하면 죽지 말고 살라고 아님 하얀 한복이 달빛에 푸른빛을 내고 있어 귀신인가 싶어 빨리 도망가고 있는데 그 귀신이 자꾸만 따라오더라고ㅡㅡ

우린 이렇게 만나 세상에 단 둘 짝꿍이 되었다

그 세월이 40주년의 날들이 휘리릭지나 머리에 서리 내렸지만 늘 변함없는 배려와 사랑으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가 되어 살아온 날들이었다

물론 고생도 많이 했지만 배려의 사랑은 그 모든 것을 감싸 안을 수 있어 그마저도 행복했다

어제 12월 5일은 40주년일

드라이브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서로에게 행복한 삶의 날들이었다고 서로에게 감사하며 하루를 보냈다

드라이브하는 차 안에서

ㅡ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ㅡ를 불렀는데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흘렀다

나의 삶을 행복으로 가꾸어주는 짝꿍이 너무 감사해서ㅡ

여보! 사랑하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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