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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붕어찜처럼

by 한명화

20여 일이 어떻게 갔는지 기억을 해야 할 귀한 날도 깜박했다

짝꿍ㅡ

우리 분원리에 가서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붕어찜으로 점심도 먹고 코스 잡았으니 쭉 돌아옵시다ㅡ라신다

예전에 감기로 심한 고생 했는데 제일 먹고 싶은 붕어찜 2인분을 몽땅 먹고는 힘이 나서 출근했었는데 그 후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붕어찜으로 등극? 했다

아! 이번에도 붕어찜 실컷 먹고 이제 털어내란 뜻이구나 라며 준비를 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습관처럼 출발동영상을 찍다가 오늘이 며칠? 12월 5일ㅡ??

ㅡ여보! 오늘이 우리 결혼기념일이네요

앓으며 보낸 날들에 정신도 혼미했나 봐요

난 결혼기념일도 잊어버리고 그저 힘내라고 붕어찜 먹으러 가자는 줄 알았어요

미안하면서도 코끝이 찡하고 너무 감사했다

드라이브를 즐기며 붕어찜으로 유명한 분원리의 남촌매운탕 맛집에 도착했는데

시래기가 주렁주렁 걸린 전원적인 풍경에

입구부터 그 맛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만나는 연탄난로가 따뜻함을 나누며 위에 올려진 고구마가 익고 있는 실내 풍경에 빠져있을 때 아주 맛갈스런 시래기가 올려진 엄청난 양의 거대 붕어찜이 나왔다

그 양에 놀라며 붕어찜을 각자의 접시에 담아 시래기를 올려가며 어찌나 정신없이 맛있게 먹었는지 땀이나고 찌뿌둥 남아있던 기운이 다 달아난 것 같아 상쾌했다

짝꿍은 ㅡ역시 당신은 붕어찜을 먹어야 해 라며 너무도 맛있게 먹어대는 내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바라본다

의사선생님이 힘나라고 고기를 많이 먹으라셔서 그리 먹어도 허하던 속이 붕어찜으로 그득 채워져 기운이 펄펄 올라오는 것 같네요

정말 잘 먹었어요


40년을 살아오며 한결같은 배려와 사랑으로 위해주는 사랑하는 남편

얼굴에는 주름이 오고 머릿결은 은빛으로 변해가는데 신뢰는 더욱 깊어가고 신뢰의 깊이만큼 사랑도 더더욱 깊어간다

지나온 삶의 길처럼 앞으로 더 걸어가야 할 삶의 길이 서로를 배려하고 더 깊이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

쥔장의 맛깔난 솜씨에 시래기와 붕어가 잘 어우러져 너무도 맛있게 먹은 붕어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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