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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겨울 숲 봄 빛

by 한명화

경안천 습지를 걷는다

가을이 미련 두고 떠난 자리에

찬바람이 뚜벅뚜벅 찾아와서

이제는 겨울이라 소리치는데

춥고 슬픈 검은 가지 나무들

푸르고 곱던 잎새 다 내어주고

2023년을 잘 살아냈다며

허전한 마음 스담스담 다톡이고

갈대숲 옆을 흐르던 작은 도랑

푸른얼음으로 채워 두었다

가을노래 부르던 갈대는

풀어헤친 머리 진한 갈빛으로 색칠하는데

검은 나뭇가지 밑의 목련 꽃봉오리

봄이 올 거란 기대에 설레는 부푼 모습 나뭇가지에 걸린 마지막 잎새 하나

그 모습 바라보며 너무도 걱정이 되나 보다

어쩌나

깊은 겨울도 아직인데

봄은 저 멀리에 있단다 라며

안 쓰러이 바라보고 있다


그래!

이제 겨울 초란다

봄은 너무 멀리에 있어

목련 꽃봉오리야!

길을 잃지 않았다면

다시 집에 돌아가면 안 되겠니?

내 마음도 안타까이 바라보고 있다

경안천 습지에서 만난

얼음의 겨울 숲

꽃봉오리 쏘아 올린 목련의 봄을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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