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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그녀들의 흉상을 안아주었다

by 한명화

분원리에 갔던 날

퇴촌 나눔의 집을 찾았다

골목길을 돌아 돌아 언젠가 이곳까지 왔다가 마음이 아파 돌아간 적이 있은 후

오늘은 그저 마음을 다독이며 입구로 향하니

바로 마당에 19분의 할머니들 흉상이 질서 정연하다

안쓰러운 마음에 흉상 한 분 한 분의 어깨를 다독이며 열아홉 번의 인사를 마치고 제1전시관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벽면마다 위안부의 역사?를 붙여놓았다

이 글들을 읽으며 가끔씩 엉뚱하게 매춘이라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울분이 쏟아졌다 나쁜 인간들ㅡㅡㅡ

제2 전시관 증언의 방에는 그곳에서 일어났던 여러 상황들을 사진과 증언에 의해 전시해 놓고 있었다

교과서나 대중전달을 통해 본 적이 있는 임신으로 배가 불러 힘들어하는 모습등을 보아야 해서 많이 힘들고 나도 몰래 입에서 거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제3 전시관은 지하에 있었는데 위안부로 끌려간 많은 여성들이 받았을 고통의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나무로 재현한 방으로 가는 입구에는 그곳 생활이나 이용자의 규칙과 벽에 쭉 걸린 명패는 무엇을 뜻하고 있을까

그녀들이 고통을 받았던 장소를 재현한 아주 작은 방에 작고 허술한 나무침대 하나에 얇은 모포와 침대 머리 쪽에 세숫대야가 있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런 방마다 여자들을 몰아넣고 수많은 일본군들의 그들을 유린하려고 줄을 서있는 사진은 고통의 외마디를 질러대는 소리가 덧입혀 들리는듯해서 눈물이 났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밖으로 나와 이제는 나눔의 집에 몇 분이 살아계시고 한분 두 분 하늘의 별이 되어 이곳 마당에 흉상이

다시 만난 19분의 흉상이 슬프고 아파서 한 분 한 분 꼭 안아 주었다

가족까지도 외면해서 멀리 떠나 숨죽이고 세월을 보냈다는 어느 할머니의 증언이 떠올라 너무 늦었지만 위로해주고 싶어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고 있는 흉상이라도 안아주지 않으면 그곳을 떠나기가 너무 미안할 듯해서 끌어안고 등을 다독다독 다독여 주는데 가슴이 울컥하고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래요

나라가 힘이 없어 그 힘든 고통을 당했네요

하늘에서는 평안하시기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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