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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세월 엮어가는 거지
by
한명화
Dec 28. 2023
모두 타지에 살며 각기 다른 아파트에서 활동하던 지인들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모임을 갖게 된 것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전생이 있다면 모두 자매들일 거라고
우의를 다져가며ㅡ
2년쯤 전의 일이다
그날도 수다 모임 중 둘째 언니가 제의했다
'나 노래교실 다니는데 너무 재미있어
우리 모두 같이 다니자
어차피 목요일마다 모이는데 노래도 부르고 점심도 먹고 어때'
마침 등록기간이라 언니의 의견에 그도 좋겠다 싶어 모두같이 주민센터로 우르르 몰려가 모두 등록을 했다
때문에 목요일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하루가 되었다
오전에는 노래를 신나게 부르고 함께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까지는 수다의 시간이다
단 아무리 이야기가 진행 중 이어도 4시가 되면? 무조건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귀가한다
이런 날들을 보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못했던 작품발표회를 한단다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 센터
그동안 배운 실력을 주민들께 선보이는 자리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매년 실시했는데 코로나로 잠시 쉬었기에 올해는 다시 개최를 한다는 것
오랜 날들 유아교육기관을 운영하며 재롱잔치를 수없이 해왔는데 이제는 내가 재롱잔치에서 재롱을?
우습기도 재미있기도 어색하기도 하다
드디어 디데이!
반짝이 모자도 쓰고 스카프도 매고 무대 위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참 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있다 해도 언제나
진중한 모습으로 많은 활동을 하던 사람이 어르신들이 하는 무대에 함께 올라 재롱을 부렸다니 말도 안 돼 ㅡ라
하겠지
나도 몰랐지 이런 날이 올 줄은ㅡㅎ
하지만 왜? 왜 말이 안 되는데
?
세월이 어깨 누르고 은발
내려앉으면
굳이
걸쳐 입은 품위 유지발 다 내려놓고
너나 나나 다 ㅡㅡ
그저 평안한
노년의
삶
향해 가는
거지
이제는 그 어쭙잖은 무게감도 다 내려놓고
같이 웃고 수다 떨며 즐겁게
세월 엮는 거지
2023년을 보내며 정말이지 생각지 못했던 재롱잔치 주인공도 되어보면서 인생의 포인트 빙돌아 크게 한번 콕 찍고
즐겁고 행복하게 어울려 걸어가는 거지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한 삶 아니겠어?
은빛의 날들이 외롭지 않게
즐겁게 세월
엮어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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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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