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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버섯을 썰며

by 한명화

며칠 전

인터넷으로 구매한 표고버섯

습기가 있어 건조망에 넣어 며칠을

발코니 밖 창틀에 걸어두었다

비가 오면 들여놓고

눈이 오면 찬바람 맞으라 하고

날씨는 며칠째 해님을 감추었다

버섯이 말라야 하는데 ㅡ

오늘 아침

짝꿍은 건조망에 잠자는 버섯을 들여오시며

상태를 확인하라고ㅡ

해님은 못 만났어도 바람에 꾸둑꾸둑

잘되었다

오늘 날씨 탓에 여행도 취소했는데

버섯 손질이나 해야겠다

건조망에 잠자던 버섯 커다란 스탠다라이(일본에서 쓰는 순수 한국어)에 쏟아 놓으니 많기도 하다

버섯 손질을 시작한다

어이쿠ㅡ많기도 하다

이 많은 버섯을 이만 원도 안되게 샀구나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마음이다

농사 정말 힘들겠다

이렇게 많은 버섯을 나는 앉아서 거저

사 먹고 있다니ㅡ

마음이 미안하고 짠하다

싼 값에라도 팔아야 하는 버섯 농부의 마음이 보이는 듯해서ㅡ

하지만 이렇게라도 사 먹어야 팔지ㅡ

스스로 다독이며 열심히 손질한다

많은 양이지만 알뜰하게 나눔 포장해서 냉동실에 넣어 놓고 나물도 해 먹고, 부침도 해 먹고, 국 끓일 때도 찌개 끓일 때도 넣어 맛있게 잘 먹어야겠다

작은 것 한 개라도 버림 없이 잘 먹어야 보내신 분에게 인사가 되는 것이겠지ㅡ

수북한 버섯을 앞에 놓고 손질하는 앞에 짝꿍 향긋한 커피 한잔 곁에 놓는다

자!ㅡ커피 한잔 하며 하시고ㅡ라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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