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기다릴께
버섯을 썰며
by
한명화
Jan 3. 2024
며칠 전
인터넷으로 구매한 표고버섯
습기가 있어 건조망에 넣어 며칠을
발코니 밖 창틀에 걸어두었다
비가 오면 들여놓고
눈이 오면 찬바람 맞으라 하고
날씨는 며칠째 해님을 감추었다
버섯이 말라야 하는데 ㅡ
오늘 아침
짝꿍은 건조망에 잠자는 버섯을 들여오시며
상태를 확인하라고ㅡ
해님은 못 만났어도 바람에 꾸둑꾸둑
잘되었다
오늘 날씨 탓에 여행도 취소했는데
버섯 손질이나 해야겠다
건조망에 잠자던 버섯 커다란 스탠다라이(일본에서 쓰는 순수 한국어)에 쏟아 놓으니 많기도 하다
버섯 손질을 시작한다
어이쿠ㅡ많기도 하다
이 많은 버섯을 이만 원도 안되게 샀구나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마음이다
농사 정말 힘들겠다
이렇게 많은 버섯을 나는 앉아서 거저
사 먹고 있다니ㅡ
마음이 미안하고 짠하다
싼 값에라도 팔아야 하는 버섯 농부의 마음이 보이는 듯해서ㅡ
하지만 이렇게라도 사 먹어야 팔지ㅡ
스스로 다독이며 열심히 손질한다
많은 양이지만 알뜰하게 나눔 포장해서 냉동실에 넣어 놓고 나물도 해 먹고, 부침도 해 먹고, 국 끓일 때도 찌개 끓일 때도 넣어 맛있게 잘 먹어야겠다
작은 것 한 개라도 버림 없이 잘 먹어야 보내신 분에게 인사가 되는 것이겠지ㅡ
수북한 버섯을 앞에 놓고 손질하는 앞에 짝꿍 향긋한 커피 한잔 곁에 놓는다
자!ㅡ커피 한잔 하며 하시고ㅡ라시며.
keyword
버섯
날씨
구매
56
댓글
10
댓글
10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구독자
728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즐겁게 세월 엮어가는 거지
맑음이 그리운 이침이다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