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람 붓

하얀 마음으로

by 한명화

2023년 마지막 날도 이틀 남았다

발코니에서 소리 없이 내리는 하얀 눈을 바라보며 질문 하나가 툭 떠 올랐다

저 하얀 눈들은 어떤 소망을 안고

찾아오고 있을까


하얀 눈이 춤추듯 내려 검고 붉고 파란 색색의 삶 속 터들이 바람의 지휘에 따라 본연의 모습 덮여 그 모습도 하얗게 바꾼다

어지럽고 혼탁한 이 세상을

깨끗이 씻어주고 포근하게 감싸

맑고 밝은 세상을 꾸미려는 거지

하얀 세상으로 덮어 놓고서


하얀 눈 속에 나도 소망하나 꺼내볼까?

평안하고 온화한 미소 가득한 미래를

짝꿍과 늘 건강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사랑의 눈빛으로 마주 바라보기를

좋은 벗들과 웃고 떠들며 밝게 삶을 걷기를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눈송이처럼

한없이 아름다운 삶을 걷기를


2023년이 막을 내리고 있다

온 세상에 아픔과 슬픔과 가슴절인 날들

핏빛으로 물들인 아우성도 들린다

하얀 눈이 내린다

온 세상을 하얀 세상으로 만들었다

하얗게 내리는 눈길 따라 들여다본 날들

한 해를 돌아보고 새날을 바라보며

하얀 마음으로 쓰담쓰담해 주었다

그래 잘 살았고 또 잘 살아보자

저 하얀 눈빛처럼 하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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