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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Jan 08. 2024

로망ㅡ이라니

감시에서 벗어나 쓰는 용돈 받았으면

지인의 아들 결혼식 날

같이 동네일을 하는 지인들이 결혼식장에 다녀오는 차 안에서의 대화에서

40~60대 남자분들의 로망을 듣게 되었다

ㅡ나는 우리 마누라에게 한 달에 백만 원의 월급을 주든지 아님 한 달에 백만 원의 적금을 내 앞으로 들어달라 부탁했는데 286개월도 더 되었는데 돈이 얼마야

동네 부자아저씨ㅡㅎ

내 고급 일력을 쓰면서 한 달에 백만 원 월급 달라고 했는데 절대 안주네 어제도 모임 후 바쁜데 늦게 왔다고 혼내더구먼 

꽤 점잖으신 사장님 ㅡㅎ

ㅡ나는 죽어라고 일하는데 지인들과 술 한잔도 눈치 보고 마셔야 하니 난 백은 그만두고 오십만 원이라도 매달 봉투에 넣어 맘대로 쓰라고 주었으면 좋겠어요ㅡ

40대 후반으로 오늘의 차 서비스를 하시는 사장님도 운전하시면서 한마디 하시는 푸념이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내 눈에 농담이 아닌 진실로 절실함이 보였다

ㅡ아니? 위원님들은 사장님들이면서 남의 얘기하듯 하시네요  ㅡ라고하자

사장은 허울뿐 경제권을 마누라가 가지고 있으니 일은 죽어라 하고 아쉬운 소리 해 가며 용돈 타서 쓰는 신세라며 불평이

그래서 남자들은 자영업자나 직장인이나 비자금이 있어야 한다며ㅡ

ㅡ마음에 쌓아놓으면 병 생기니까 말씀을 하시지요ㅡ라고하자

말해봤자 싸움만 된다고 한 마디씩 하신다

그러면 방법을 바꾸셔야지요

말로 하면 투덜거리며 하시니까 손해이니

예쁜 카드하나 사서 그곳에

나의 2024년의 소망ㅡ이라는 제목으로 용돈에 대한 요구사항을 써서 전하면 어떠냐고 하자 한결같이 말한다

ㅡ우리 남자들은 자존심 상해서 그런 짓은 못하지ㅡ라고 

자존심이 뭐예요 부부간에 

자존심 접고 모두 한번 시도는 해보시지요라고 하자

못해 진짜 못한다 손사래다

결혼식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듣게 된 열심히 일하는 4 0, 50, 60대 남자들의 로망이 이 처럼 소박한 것이라니ㅡ

또 그 소망이 이 처럼 절실하다니ㅡ

회의 때나 다른 활동을 할 때 봉사정신으로 배려하시는 사장님들의 망이 감시받는 카드 말고 아내가 내미는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는 많지도 않은 50만 원~100만 원의 용돈이라니 갑자기 마음이 숙연하고 짠해졌다

차에서 내려 집에 오는 길 

천천히 걸으며 남편 입장, 아내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내들 생각은?

ㅡ돈은 어디 쓸데 있는데 괜히 술 마시고 담배 피우려고? 필요할 때 다 주잖아 ㅡ라고

남편들 생각은?

ㅡ열심히 일했으니 조금이라도 보상을 받고 싶고 때로는 멋진 남편의 모습, 멋진 아빠의 모습도 되어보고 싶은데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없다ㅡ라고

경제권에 대해 절실하게 논하던 남자분들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로망을 들으며 저분들이 아내와 힘을 합쳐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투영되어 잔잔한 미소를 담게 했다

후일

사장님들의 가계에 가거든 부인들에게 넌지시 전해 보아야겠다

요즘 남편들의 로망이 이런 거더라고ㅡ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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