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다릴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명화 Jan 18. 2024

뽀빠이와 소녀들

며칠 전

만남이 30년이 훌쩍 넘은 옛 유아교육기관을 운영했던 원장님들의 신년모임이 있었다

이들을 처음 만나건 사제의 관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저 친구처럼 언니 동생처럼 서로를 끌고 밀며 모임을 갖다 보니 어느 사이 긴ㅡ세월이 지나 희끗희끗 은발 보이며 가끔씩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집안행사와 겹쳐서, 너무 멀리 살아서 못 오기도 하고 이번 모임은 여섯 명이 참석했다

돌아 살펴보면 원장은 국문학 박사님이 되어 아직도 여기저기 강의를 하고 조원장은 상담심리학 박사님이 되어 아직도 상담을 하고 또 다른 조원장은 유방암의 사경을 이기고 창과 춤으로 교회들을 다니며 전도에 열중하고

한원장은 큰 교회의 전체 여전도회 회장이 되어 교회일에 앞장서 일하느라 바쁘다고 안원장은 아가들이 너무 예뻐 아직도 조산원 아가들에 푹 빠져있고 모임을 이끌어가는 나는? 이것저것 다 내려놓고 열심히 산 우리 부부에게 스스로 상을 주기 위해 세월이 가느냐며 삼수갑산 여행 다니며 상을 받고 있다

반가움에 서로서로 인사를 나눈 후

맛있는 점심을 먹고 2차로 수다를 위해 찻집에 둘러앉아 서로의 근황을 얘기하다 아들이 대대장이 되었다는 얘기에 모두들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가 쏟아지고 아들이 아팠다는 얘기에는 모두가 가슴을 쓸어안으며 타까워하고 오랫동안 자취를 하던 아들이 집에 들어와 너무 행복해한다는 소식에는 아주 잘했다며 박수가 나왔다

남편이 퇴직금도 내놓지 않고 짠돌이처럼 군다는 하소연을 하며 이혼을 해야겠다는 얘기에는 모두가 말리며 제발 조금만 더 참아보라 다독거린다

얘기 중 여전도회 전체 회장님 된 한원장

제가 재미있는 선물 가져왔어요 라며 가방을 탁자에 올리더니 부시럭대며 뭔가를 꺼낸다 가방에서 나온 에 모두 눈이 쏠리며 우ㅡ와! 를 외친다

뽀빠이다

뽀빠이 과자가 나왔네

어디서 이런 걸 가져왔어?

반가움에 뜯어보니 정말 옛맛 뽀빠이다

그 속에는 별사탕도 함께 들어있어 한바탕 웃다가 너도나도 손이 간다

정말 옛맛이네ㅡ

맛있다ㅡ라며

너무 반갑고 그 맛이 재미있어서

모두들 천진한 작은 소녀들이 되어 손이 간다

뽀빠이가 어린 소녀들의 날들을 몽땅 실어왔나 보다

옛 생각이 난다며 심각했던 얘기도 다 잊고

뽀빠이 추억에 퐁당 빠졌다

어린 소녀들의 뽀빠이 사랑의 옛 얘기들이 실타래처럼 풀어져 나와서.





매거진의 이전글 대화에 그가 보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