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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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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Feb 18. 2024

죽산 순교 성지의 눈물

죽산 순교성지를 찾아가 본다

얼마 전 죽주산성에 다녀오며 지나쳤던 이곳

겨울의 날씨가 몹시 차고 하늘은 우울하다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내려 가운데에 설치된 위에서 내려다보며 위로의 품을 내어주는 예수상을 올려다본다

그때 흐리기만 했던 하늘의 문이 조금 열리고 한줄기 은은한 빛이 예수상 위로 내리는 걸 보며 마음이 울컥해서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주차장 입구 안쪽에 안내판이 있어 살펴보고

바로 옆 공원으로 가니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 아래에 기도하는 사람들의 상이 있어 돌아보고는 담의 옆길을 따라가니 커다란 문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양쪽으로 검은 동판에 새긴 글이 이곳의 슬픈 이야기를 알리고 있었는데

한쪽의 동판에는

죽산 순교성지ㅡ라는 제목하에

ㅡ순교의 사형장

ㅡ아픈 사랑의 혁명가

ㅡ순교의 삶 두들기라는 소제목을 두고 거기에 대한 내용을 알리고 있었다

이곳은 24명의 순교자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순교자들의 피로 물든 순교터이자 그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었다

설명의 글을 읽고 돌아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 아래로 24기의 순교자 묘가 비치되어 있었다

입구 옆쪽에 작은 대성전이 있고 침목을 이용한 길을 따라 걸으면 될 것 같아 길을 따라 걷는다

천천히 길을 따라 걸으며 조각작품들도 살피고 저 안쪽으로 명 순교자들의 무덤도 보며 가슴이 아프고  아픈 감정은 목줄대를 타고 올라오는 울음앓이에 결국 울고 말았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아팠습니까 순교자님들이 흘리신 피의 값은 이 땅에 엄청난 열매로 거듭났답니다ㅡ 라며 짝꿍과 그 시절 신앙을 위해 숨어 지내며 고생하는 삶에 믿었던 사람들이 밀고자가 되어 더욱 고통스러웠을 거라는 얘기를 나누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커다란 돌에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이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ㅡ라는 성경구절이 새겨있었는데

글을 읽으며 아멘ㅡ을 외치고 이렇게 많은 날들이 지났음에도 순교자들의 처참했던 고통스러운 모습들이 떠오르는 듯해서 안타까움에 자꾸만 눈물이 흘러 스스로를 토닥이며 순교지의 길을 나와 빨간 벽돌 건물인 천주교 수원교구 영성관을 우두커니 서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먹먹한 가슴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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