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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Apr 30. 2024

단종 마지막 그날 관풍헌

떠들썩한 행사가 시작되기 전

우리는 단종의 그날을 되새겨 보기로 하고 관풍헌을 찾아갔다

동강 둔치의 행사장 계단을 오르는데 온통 오색등이 걸려있어 다른 세상으로 오르는 듯

계단을 올라 길을 건너니  지하도를 이용한 외씨버선 갤러리를 통과하는데 재미있는 많은 그림이 작은 사이즈로 제작되어 양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설명을 보니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참여한 그림이란다

그래서인지 그림 수준도 다양하여 즐겁게 감하며 갤러리를 통과하여 동네 길을 돌아 광풍헌에  도착했다

17세의 청소년이었을 단종

아름답고 귀한 풍채를 지녔을 터

 소년왕은 숙부에게 쫓겨나 청령포에 거하다 많은 비가 내린 물난리로 청령포에 거할 수가 없게 되자 물을 피해 영월의 이곳 관풍헌에서 몇 개월을 지냈다

단종의 마지막 날의 죽음에 대한 여러 설이 난무하는데 강원도에서는 어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ㅡ

그날 왕방헌이 사약을 가져와 차마 고하지 못하고 마당에 엎드려있는데 같이 온 하인이 방으로 들어가 단종의 목을 졸라 죽였는데 그가 문지방을 나오다가 아홉 구멍에서 피를 토하며 즉사했다는 것 ㅡ

관풍헌의 마루에 앉아 마루를 만져보며 단종의 발길느껴보고 안타까워서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울음이 올라왔다

문고리도 잡아보며 소년 단종은 마지막 그날

얼마나 외롭고 또 얼마나 두려웠을까

힘! 정권! 예나 현재나 부인할 수 없는ㅡ

자규루에 올랐다

외롭고 또 괴로울 때 이곳에 얼마나 오르셨을까

돌아보다가 시 한수를 읽어보며 가슴이 아려왔다


ㅡ달 밝은 밤 두견새

  시름 못 잊어 루 머리에 기대었노라

  네 울음 슬프니 내 듣기 괴롭도다

  네 소리 없었던들 내 괴롬 없을 것을

  세상에 근심 많은 이들에게 이르노니

  부디  춘삼월 자규루에는 오르지 마오


열일곱 소년의 시라 믿기 힘든 괴롭고 슬프고 외로움이 절절한 그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 또 한 번 울컥 인다

관풍헌

단종 마지막 숨을 쉬었던 곳

단종 마지막 숨까지 앗아갔던 곳

슬프고 애달프고 잔인한 역사가 깃든 곳

먹먹한 마음 되어 관풍헌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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