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우리는 만났다
목회도 하시고 유아교육기관도 운영하시는 목사님의 전화 한 통화
ㅡ원장님! 실습생이 왔는데 아무래도 이분은 원장님 스타일인 것 같아서 소개해 드리니
한번 만나 보세요ㅡ라는
찾아온 그녀는 훌쩍 큰 키에 시원시원한 성격 같았다
조심스러워 조건부로 며칠 살펴보기로 했는데 정말 그녀는 딱 내 스타일이었다
정확하고 열정적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식이 아닌 진실에서 우러나온 손길과 눈빛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유아교육기관 30여 년을 운영하며 교사를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아이들을 진실로 사랑하는 인성이었다
그녀는 실습 기간 동안 내 마음에 쏙 들었고 실습이 끝나고 곧 우리 교사로 채용되어 유아교육기관을 끝내는 그 순간까지 서로 마음이 통해 눈빛만 보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낼 정도로 정을 나누며 지냈었다
유아교육 현장을 떠난지 딱 16년이 되는 오늘 까지도 서로의 애경사에 함께하며 지내고 있다
어제 전화가 왔다
ㅡ원장님! 오늘도 여행 중이세요?
ㅡ추석 코앞에 여행이라니 집에 있징
서로 추석 잘 보내라는 인사를 했었다
잠시 후 딩동딩동 벨소리에 아들네가 왔나?
현관문을 열고 보니 아이고 이게 누구야
그때 배속에서부터 키웠던 막둥이와 둘째 아들까지 거느리고 문 앞에서 인사를 한다
ㅡ명절 잘 보내시고 건강하세요ㅡ라며
너무 반가워 훌쩍 커버린 막둥이를 덥석 안아 주며 어서 들어오라고 하니 차속에 추석 음식재료가 실려있어 날이 뜨거워 안된다며 샤인머스캣 한 상자를 들여놓고는 말릴 새도 없이 셋이서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며 에레베이터 스위치를 눌러버린다
갑자기 찾아와 반가운 정 나눌 틈도 주지 않고 휭 ~ 떠나버린 문 앞에서 멍하다
들어와 푸른 포도를 내려다보며 마음 가득 따뜻한 행복이 차 올라온다
그렇구나!
그때가 언제인데 쌤들이 이리 잊지 않고 기억해 주고 찾아 주는 것은 행복하고 사랑했던 그 시간들이 우리는 따뜻했구나
열심히 잘 살았구나ㅡ라며 스스로에게
또 아들 둘을 데리고 명절인사로 찾아와 준 너무도 사랑하는 쌤에게 가슴 가득 감사로 채우고 있었다
고쌤! 고마워
예전에도 오늘도 항상 고마워
늘~ 행복하길 바라며 명절 잘 지내
나도 건강하고 행복한 명절 보낼게
포도 맛있게 잘 먹을게.
조용히 눈을 감고
삶이란 길의 뒤안길을 돌아보고
미래의 길도 그려 본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그녀가 명절이라며 들여놓고 간
푸른 포도가 소곤소곤 속삭여 온다
그 길은 이미 알고 있는것 아니냐며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