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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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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Oct 03. 2024

시인의 취묵당

충북 괴산읍 능촌리의 무엇인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시골의 외길을 달린다

잘못 온 것인가? 라며 4륜구동을 이용해 거친 산길을 올라가다 보니 질퍽이는  길의 끝자락쯤 뭔가가 보이고 안내 화살표가 있다  길옆에 주차를 하고 나와 둘러본다

이곳이구나 이곳까지 왔구나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오르니  소박한 정자하나가 있는데 정자 앞으로 달천이 흐르고 높지 않은 푸른 산이 내려다보이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전경이다

정자는 어느 곳에서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두르고 있는 곳에 세우는 옛 선비들의 풍류가 얼마나 멋스러운지 알 것 같다

충북 문화재 자료 제61호  취묵당

취묵당?술에 취하고 묵에 취한단건가?

둘러보니 정자 안에 많은 현판에 글들이 걸려있는데 취묵당이라는 현판은 아무리 찾아도 없고 앞에 세워둔 안내판에 취묵당의 내력이 있다

취묵당은 조선의 시인 김득신이 드디어 문과에 합격한 1662년 그의 나이 59세 때

지은 정자로 취묵이란 술에 취해서도 입을 다물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김득신은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어려서 천연두를 앓아 지각발달이 늦어 10세가 되어서야  글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늦어 어려웠다

그러기에 과거시험에도 계속 떨어지고 낮은 벼슬길에 나가도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스스로 비관적인 말을 스스로에게 하곤 했는데 그의 친구 박장원이 네 번씩이나 편지를 보내 ㅡ입을 다물라ㅡ고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김득신은 친구의 애정 어린 충고에 자신의 당호를 취묵으로 정하고 ㅡ술에 취해서도 입을 다물겠다ㅡ는 뜻으로 정자도 취묵당으로 이름하였다 한다

김득신은 시인으로 널리 알려졌으나 번번이 과거에 실패하다가 59세 때에 문과에 합격하여 성균관 학규를 시작으로 승정원, 병조, 예조, 홍천현감, 정선군수등을 지내다 벼슬살이가 힘들어 괴산으로 내려왔다

그는 생을 마칠 때까지 이곳에서 글을 읽고 시를 쓰며 행복했다고 한다

정자 정면 네 기둥에 김득신의 시 주련으로 걸려있는데 이 시를 읽은  임금 효종이 말하기를 이 시는 당나라의 시 속에 넣어도 부끄럽지 않다고 칭찬을 했다 이 시를 풀이한 글이 있어 올려본다


  ㅡ 용 호 

                            김득신

고목은 찬 구름 속에 잠기고

가을산에 소낙비 내리치네

날 저문 강에 풍랑이 일자

어부는 급히 뱃머리를 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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