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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30여 년의 정이 더 중요

by 한명화

요즘 우리 아파트는 동대표 선거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기간이다

십여 년이 넘게 선거관리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23년에 동대표가 되었다

동대표님 한분이 선거관리위원장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동대표에 들어와 일을 해야 한다며 우리 아파트는 위탁이 아니라 직영이기에 동대표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설득에 동대표 감사가 되어 아파트의 세세한 일들에 결제 사인을 해가며 2년이 훌쩍 지나고 다시 동대표선거ㅡ

동대표 임기는 2년이며 1회 다시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많은 동대표님들이 떠나야 할 자리에 다시 재도전할 수 있는 동대표는 딱 두 사람이었다

그래서 서류를 제출했는데 우리 동의 한분이 후에 서류를 냈다며 찾아왔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한번 더 해야 하는 상황을 말해 주었다

이번에는 동대표가 거의 바뀌어 직영 운영인 아파트를 위해 내가 한번 더 할 수 있도록 양보할 수 없느냐 물으니 자신도 하고 싶다며 돌아갔다

그날 밤 많은 생각을 했다

동대표도 중요하지만 초기부터 한 라인에서 살아온 사람이며 선관위원장 시절 그 남편도 그녀도 동대표에 내보낸 것이기에 조금은 어이도 없었지만 짝꿍과 상의에서 나이한살이라도 위인 사람이 양보하는 게 좋다는 결론에 다음날 관리실에 전화해서 내 서류를 빼달라고 했다

나의 소식을 들은 동대표님들과 회장님이 펄쩍 뛰셨다

그분과 다시 타협을 봐달라는ㅡㅡ

그리고 어제 선관위에서 서류검사 마지막이 내일이라며 전화가 왔다

한 가지 서류가 미비되었다고ㅡ

서류를 빼라 했는데 빠진 서류를 내달라니

소장님께 물으니 내일까지 3차 기간이기에 서류를 빼지 않으셨다며 어제도 회장님이 오셔서 감사님을 붙잡아야 된다 하셨다고ㅡ

열심히 했을 뿐인데 모두 인정을 하시는구나

저리들 말씀하시니 한번 만나는 보자고 찾아갔다

우리가 이곳에 초창기 멤버인데 동대표가 뭐라고ㅡ서류 냈다고 말하며 다녀간 날 밤 딱 고민하고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니 감사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다음날 바로 내 서류 빼라고 했다며 오늘 온 것은 선관위 전화로 내 서류를 빼지 않은 사실과 회장님이 아파트 동대표의 사정을 말해보고 타협해 보라 부탁하셔서 왔다고 했다

그녀는 이렇게 찾아올 줄 몰랐다며 자신도 전에 동대표를 시켜주셨을 때 열심히 해보지 못해 아쉬움이 많아 다시 열심히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다시 생각해 보겠다 한다

내 마음의 결정이 변함없음에 돌아와 드린 전화에 수화기를 통해 회장님은 예전에 감사님이 내게 동대표가 되어달라고 설득하셨는데 이번에는 제가 설득하고 있네요 라며 내게 너무 감성적이라며 그냥 진행시키면 그동안의 활동을 주민들이 아시니 당선될 것은 당연하니 진행시키자 신다 꼭 다시 아파트 감사일을 해달라시며

ㅡ회장님! 그리 생각해 주시니 감사하고

또 미안합니다

저 또한 당연히 제가 당선될 것을 압니다

하지만 저는 동대표도 물론 중요하지만 삼십 년의 세월을 같은 동에서 살며 나눈 정이 더 중요해서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네요 라는 대답으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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