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와 손자

by 한명화

산등성이 외딴집 살구 익어가면

산 밑 동네 아이들 눈빛 반짝인다


살금살금 찾아와

밭고랑 밟으며 살구나무 밑

떨어진 살구 주워 주머니 불룩

손자 업은 할머니 지켜보시고

야들아!

고추밭 함부로 다니지 말고

고추는 뿔 떼지 말고

깨진 건 줍지 말고 좋은 것만 먹어라


오늘도 산밑 마을 아이들

밭고랑 밟으며 살구나무 밑

주머니 채우느라 열심인데

할머니 등위의 손자 하는 말

야드아!

고추 바 하부로 다니지 마구

고추느 뿌떼지 마구

깨지거 주지 마구조으거마 머거야


살구 줍느라 정신없던 아이들

허리 펴고 하하하 웃음 터진다

할머니 바라보며 살구빛으로

손자 바라보며 살구처럼 웃는다

아이들도

할머니도

할머니 등위의 손자도

따뜻한 마음 되어 살구처럼 웃는다

서로 눈빛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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