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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우리 가족의 명절 문화는?

by 한명화

1월의 토요일 장보기를 해온 며느리가 말한다

ㅡ어머니, 저희는 설날 아침에 올게요

ㅡ그래? 그럼 일찍 와서 아침 같이 먹고 친정에 어머니 뵈러 가면 되겠네

ㅡ친정은 토요일에 미리 다녀오려고요 란다


아들이 결혼하기 전 자립을 위해 독립했을 때

우리는 아들의 방을 미련 없이 용도변경 했다

어차피 독립하면 결혼도 할 것이고 아들방이 그대로 존재하게 되면 결혼해서도 이런저런 날에 자고 가라는 말이 나오겠기에 ㅡ

한 시간 안에 다녀갈 수 있는 거리여서 당일 다녀가도록 마음을 미리 비웠다

아들 결혼 후 첫 명절 때 아들 며느리에게

설에는 우리 집에 추석에는 전날이 아버지 생신이시니 다녀가고 추석날은 친정에서 보내라 했었다

명절연휴에 여행계획 있으면 여행 가도 된다

명절이라고 특별할 것 없으니 너무 마음 쓰지 않아도 되지만 되도록 당일에 다녀가라 했다


부모님 생전에는 명절이면 강원도 시댁에 다녀왔었다

늘 귀성과 귀경길에 지치고 힘들었지만 시댁에 하루 일찍 가서 명절 준비를 하고 명절 지나고 뒷날에는 정리를 하고 돌아오는 일상이었다

양가부모님 다 가시고 집에서 명절을 맞는데 몸은 편안하지만 마음한구석에는 뭔가 허전하고 진한그리움이 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었기에

이제 며느리에서 벗어나 시어머니가 되었으니 우리 이쁜 며느리가 행복한 명절을 맞도록 우리 집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우린 결정했다

특히 며느리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명절을 보내기로


며칠 전 며느리 전화

어머니! 설날 아침 일찍 갈게요ㅡ라고

명절인데 전날부터 아침상차림 준비를 위해 갈비도 재고, 국거리도 초벌해 두고, 나물도 하고, 특히 며느리가 행여 미안해하지 않도록 참여 일거리를 남겨두기 위해 아들과 며느리가 명절 같다고 즐거워했던 전을 딸과 함께 준비를 해두고 아침 일찍 온 아들부부가 간단히 아침에 먹을 전을 부치도록 해서 설날 아침을 차렸다

온 가족 둘러앉은 식탁에서 짝꿍은 모든 식구들에게 연한 술을 작은 잔에 나누어 주시고 모두 건강하라는 덕담을 주신다

식사 후 세배를 받고 용돈도 받고 짝꿍은 복돈이라며 을사년 만사형통이라 쓰신 봉투를 나누어 주셨다

며느리가 웃으며 말한다

ㅡ아버님! 봉투에 쓰신 글이 명필이셔서 아버님께 받은 봉투 모두 모아 두었어요라고

봉투 안에는 지금은 발행되지 않는 옛 돈으로 깨끗한 만 원권이 들어있었고 아이들은 처음 본다고 정말 신기해하며 너무 귀한 복돈을 주셔서 잘 간직하겠단다

우리는 모여 앉아 게임을 하며 행복한 웃음소리로 시간을 보내고 이른 오후

아무래도 명절이라고 힘들었을 것인데 자신들의 둥지로 가서 둘이 평안한 쉼을 갖게 하기 위해 아들 며느리를 서둘러 보냈다

하루쯤은 편히 쉬었다 출근 하라며ㅡ

오면 반갑고 적당하게 놀다 가면 서로 편하니

이제는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사는 아들도 손님인가 보다

우리 가족의 명절 문화는?

언제나처럼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즐길 수 있도록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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