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귀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면 우리는 식재료를 저렴하게 파는 가계를 찾는다
이런저런 식재료와 과일 등을 사기에 우리가 가면 눈치 빠른 사장님은 우리가 모여있는 쪽의 과일 등을 깜짝 할인을 외치며 가격을 확~내린다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 모두들 손에 손에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즐거워하고 사장님은 잠깐 사이에 많은 양을 팔아서 즐거워한다
며칠 전 길가 아저씨의 차에서 배추를 보았었는데 가계의 값이 딱 두 배가 아닌가
옥자 언니가 눈을 껌벅이며 눈싸인 교환으로
다시 길가 매대로 간다
기다렸다는 듯 반가워하는 사장님은 싼 값에 알배추를 주시어 두서너 포기씩 모두같이 떨이를 하고 오이도 거의 떨이를 하자 옆에 두 자루의 고르지 않고 막담긴 풋고추를 그냥 가져가라며 조건이 있단다
내 눈앞에서 치우려고 주는 것이니 살피지 말고, 가져가서 욕하지 말고, 그냥 가져가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앞쪽의 봉지는 많다며 서로 골라 나누고 있어 나는 뒤쪽의 커다란 고추 봉지를 집어 들었다
우리는 횡재했다며 비날봉지를 손에 손에 들고 신바람이 나서 하늘까지 웃었다
집에 돌아와 고추를 손질하는데
진짜 횡재했네ㅡ고추가 생각보다 좋았다
상한 것을 골라내고 다듬어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말려 고추에 구멍을 콕콕 뚫고 좀 큰 스테인용기에 가득하게 담았다
언젠가 배웠던 아주 간단한 방법의 풋고추 소금 장아찌를 담그려고 ㅡ
ㅡ풋고추 소금 장아찌 쉽게 담는 법 ㅡ
ㅡ고추를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말린다
ㅡ포크로 고추에 구멍을 뚫는다
ㅡ용기에 고추를 담는다
ㅡ용기에 고추가 잠길만큼의 물의 양에 짭짜름할 정도의 소금을 넣는다
ㅡ이 물을 펄펄 끓인다
ㅡ끓은 소금물을 그대로 고추 용기에 붙는다
ㅡ고추가 뜨지 않게 누름접시에 비닐을 씌워 넣고 뚜껑을 닫고 서늘한 곳에 둔다
ㅡ 1주일 후 확인해 보고 고추 물을 냄비에 붓고 다시 팔팔 끓여 이번에는 충분하게 식혀 붓는다
이때 싱거우면 소금을 좀 더 넣는다
서늘한 곳에 두고 1주일 후면 완성된다
역시 주부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나름 차림에 신경을 쓰며 나선 하루의 스케줄
결국 돌아오는 길에는 그저 가족의 식사를 책임지는 주부가 되어 손에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으니ㅡ
마트에서 좀 비싸게 구매하면 배달을 시키고
우아하게 걸을 수 있는데 나름 멋쟁이들이 좀 싸게 구매하는 대신 우아한? 폼나는? 모습을 내려놓고 검은 봉지를 주렁주렁 손에 든걸 보니 어쩔 수 없는 주부인가 보다
그냥 얻어온 고추, 횡재했다며 한바탕 웃고 소금 장아찌를 담은 스테인 용기 바라보며
이처럼 흐뭇한 행복을 느끼는 걸 보면
그렇지, 맞아
이제는 그 바쁘게 뛰어다니던 좋아했던 일들 다 내려놓은 그저 주부인 것을 ㅡ
고추장아찌 담그고도 바라보며 행복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