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술박물관 산사원 본원
전통술 박물관 산사원 본원으로 왔다
입구에 커다란 붓글씨체의 술이 반긴다
전시관에는 술 빚을 때 사용되는 많은 용기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풍류, 여인, 물 등을 주제로 멋스러운 전시가 되어 있었다
산사원의 본원 박물관답게 다양한 전시가 되어 있었고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온 것은
산사원 창시자이며 술의 대가 배상면 님의 사진과 그의 책상 밑에 아직도 바로 신고 일어서실 것 같은 신발과 그의 연구 업적이다
연구실로 쓰였을 것 같은 전시실의 벽면에는 온통 그분이 연구하시며 정리한 노트의 낱장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뭐지? 하며 보다가 자세히 보니 친히 쓰신 글씨였는데 글자와 숫자와 도면의 형태가 빼곡하다
저처럼 많은 연구의 과정을 필기하면서도 글씨가 흐트러짐이 없고 균일해서 그분이 얼마나 꼼꼼하고 정확한 성품인 분인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또 술에 대한 집필을 많이 하셔서 술에 대한 책이 여러권이있으며 많은 감사장과 상을 받은 경력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우리는 어떤 기술을 연구하면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배상면 님은 백세주 약주의 시장을 개척하고 누룩과 전통술 연구에 매진 1982년 생쌀 발효법에 의한 전통술 제조특허를 취득 1992년 국순당을 창업
한국 약주의 시대를 열었으며 양조인들에게 양조기술을 보급하고 불합리한 주류제도를 개선하는데 노력하였으며 후진양성에도 힘썼다
벽면을 장식한 그의 필체에 감탄하며 그의 업적에 대해 찾아보고 다른 쪽으로 가는데 벽면에ㅡ회장님!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ㅡ라는 문구가 있어 콧등이 시큰해진다
이제 시음도 하고 술 구매도 하기 위해 시음장으로 왔다
술의 종루가 참으로 많기도 한데 전시된 술의 종류대로 시음장에 나열해 놓았다
짝꿍은 운전을 해야 해서 좋아하는 술을 못 마신다고 안타까워하며 내게 맘껏 마셔 보란다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맛들이 궁금해서 컵에 쪼끔씩 딸아 홀짝홀짝 마셔 보았다
술의 맛이 이 처럼 서로 다른 맛이 있다는 것을 처음 느껴 보았다
계속 돌며 홀짝거리는 내게 관리인이 제일 비싼 술이라며 병을 따서 내민다
그 비싼 술도 마셔 보니 짝꿍이 묻는다
술맛을 아느냐고ㅡ
술맛은 잘 모르지만 마셔본 술이 열 종루가 넘는데 그중 제일 산뜻하게 좋았던 것은 청주라고 하자 청주가 산뜻한 맛이란다
여러 종류의 술맛을 느끼고 싶으면 이곳에 오면 취향 저격할듯하다
몇 방울씩 마신술도 종류대로 마셨더니 어쩌면 소주컵으로 한 컵은 될 것 같다
약간 어지럽고 다리가 제멋대로다
아!ㅡㅡ취한다며 장난을 치며 웃었다
이제 짝꿍의 목적달성을 위한 선택의 시간
각종 주류 여섯 병들이 상자를 들고 매대로 가서 계산을 하니 입장료 영수증을 보여 달란다
입장료 영수증을 보여주니 각기 막걸리를 한 병씩 선물로 주었다
엥? 3000원 입장료 내고 들어와 술을 가지가지 음미했는데 막걸리를 또 준다고?
아무튼 기분 좋게 구매한 술 상자를 들고 또 선물로 받은 막걸리도 두병이나 들고 나오니 함께 관람한 여행사 차를 타고 오신 분들의 손에 손에 두서너 개씩의 상자를 들고 기분 좋은 얼굴로 삼삼오오 서 있다
술이라면 저리들 좋은가 보다
그러네, 술에 관심 없는 나도 기분 좋은데ㅡ.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오늘 점심에는 추석에 쓰려 넉넉히 사두었던 녹두가루를 꺼내 녹두전을 부치고 느린 마을 선물 받은 막걸리를 식탁에 올려야겠다
가을비 소리를 들으며 잔을 부딪쳐 봐야지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