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이쁜 며느리는 복을 타고났나 봐

by 한명화

우리 집에는 추석 명절이 와도 걱정이 없다

왜냐하면 음력 팔월 열 나흘날이 짝꿍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며느리는 며칠 전 전화를 했다

ㅡ어머니! 장을 봐야 하는데 또 필요한 것 있으시면 알려 주세요 ㅡ라고

ㅡ아니! 아니야 절대 장 보지 말아

지금도 냉장고가 차 있으니 냉장고 좀 비우자

ㅡ아니에요 그래도 아버지 생신도 있는데

ㅡ아냐, 이번엔 내 말 들어주삼

추석 지나고 바로 담주에 우리 여행 떠날 거니까 내 말 들으세용

짝꿍 생일날 아침

할수 있을 때 까지는 내 손길로 준비하려고

아침 일찍부터 냉장고에 있던 동태 전 재료를 꺼내 동태 전을 부치고, 소고기 미역국도 끓이고 어제저녁 양념해 두었던 갈비찜을 만들고 먹음직스럽게 잡채도 하고 이것저것 일찍 서둘러하다 보니 아들내외 도착ㅡ

며느리가 가져온 과일이랑 떡을 올리니 기본 찬을 더해 상이 가득하다

생신 축하를 해드리며 멋진 잔에 포도주로 서로의 건강을 비는 건배사도 빠지지 않았다

식사 후 커피와 다과상을 놓고 둘러앉아 이런저런 그간의 지낸 일들을 이야기하며 웃음꽃이 활짝이다

ㅡ며늘님! 이제 가셔도 되는데?

며느리는 눈이 동그레 지며 점심 먹고 갈 거라고ㅡ


며느리는 아빠가 일찍 돌아 가셨고 아들이 없고 딸만 셋에 큰딸이다

그러기에 명절이면 마음이 쓰인다

딸들은 다 시댁에 갔을 것이고 행여 혼자 계신 사돈이 쓸쓸할까 봐 ㅡ

다행히 추석에는 전날이 짝꿍의 생신이라 아침 일찍 왔다가 점심 먹고 보내면 되기에 서로의 마음이 편하다

그러니 울 며느리는 복을 타고 났달수밖에

아마도 올 추석날에도 딸과 맏사위가 사돈과 함께 했을 것이기에 마음이 편하다

이쁘고 착한 며느리를 낳고 길러 주셨기에

올 추석 명절에도 그분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을이 큰 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