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은 입버릇처럼
할머니는
어머니는
초피를 사용하셨지
고추장 담글 때도 넣으시고
음식에도 사용하셨었어
초피의 그 맛은
할머니랑 어머니가 떠오르는 맛인 것 같아
고향의 맛처럼
그 맛을 모르던 나는 언젠가 음식점에서
추어탕에 넣어 먹고는 그 맛을 알게 되었다
여보! 이게 초피 나무고 이 열매로 초피 가루를 내는 거야ㅡ
추석맞이 벌초하러 강원도 선산에 갔을 때 여기저기에 있는 가시나무가 초피나무이고 빨간열매가 초피라며 짝꿍이 알려주었다
그렇담 초피를 수확해야 되지 않겠어?
입에 붙은 그리운 고향의 맛을 가져가야지
열심히 점퍼 주머니에 초피를 채운다
초피나무 가시가 화를 내며 공격해 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나는 아니지
열심히 초피를 따는 모습에 틈이 난 짝꿍도 초피를 따주며 조금씩 사용하는 향신료이니 많이 따지 말랐지만 많이 따서 지인들과 나눠 먹으려고ㅡ라며 점퍼의 양쪽 주머니 가득 채운 초피 그 향기가 정말 특이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주머니를 털어내니
꽤 많은 초피가 쏟아진다
잘 골라 널어두고 조금은 볶아서 후추 내리는 기계에 담아 바로바로 가루를 내어 사용한다
계란말이에도 넣고, 고기볶음에도 넣고, 고깃국에도 넣고 아주 만능으로 초피가루를 사용하는 모습에 딸이 말했다
후추는 외국의 맛이고 쵸피는 우리 본연의 향신료 란다
그리고는 꿀을 넣은 초피 차를 끓여 와서 드시라며 감기에도 좋을 거라나?
처음 마시는 초피 꿀차
따끔거리는 목줄을 부드럽게 쓰담쓰담
우리는 그 맛에 깜짝 놀랐다
아! 이렇게 차로도 마실 수 있구나
초피 ㅡ
그저 추어탕에 사용하는 향신료로 알았는데
각종 음식에 넣어도 맛이 좋고
초피 꿀차로도 맛이 있는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발코니에 널여둔 초피를 보며 든 생각은?
씀씀이가 이렇게나 다양해서 나눠줄 것도 없다며 그때 좀 더 많이 따올 걸 ㅡㅡ
때 늦은 욕심을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