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칡차를 마시며

by 한명화

며칠 전

공원 한 바퀴 약 한 시간여의 코스를 돌아 집에 돌아오는 아파트 현관

경비아저씨가 기다리셨다는 듯 반갑게

활짝 웃으시며 까만 비닐봉지를 내미시며

ㅡ이거 내가 어제 산에 갔다가 캐온 칡인데 아주 좋아요 암칡이거든요

칡차 끓여 드세요ㅡ라신다

ㅡ암칡이요?

어렸을 때 먹었는데 난 정말 좋아해요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ㅡ

짝꿍도 한마디

ㅡ아이쿠 고맙습니다 이 귀한 걸 주시다니

칡은 캐기도 엄청 힘드신데 힘들여 캐신 칡을 이 귀한 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ㅡ라며 고맙다 한다

집에 와 꺼내보니 정말 두툼하고 알이 박힌 아주 좋은 암칡이었다

일단 칼로 떼내어 입어 넣고 싶는데 쌉쏘름하고 달짝지근하고 오드득거리며 내용물이 진한 맛있는 칡이었다

짝꿍은 칡을 잘라 차를 끓이며 좋아하는 내게 뽀얀 속살의 칡을 먹어보라며 건네주신다

너무 맛있어서 칡을 씹으며 나는 어린 시절 고향집으로 가 있었다

농촌지역이라 칡을 구경하기 쉽지 않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아버지는 칡을 구해 오셨고 우리 형제자매들을 시꺼먼 칡을 작은 토막씩 배급받아 간식 삼아 아껴 먹었었다

하지만 그 칡은 거의가 숫칡이어서 씁쓰름한 물만 나왔는데 어쩌다 암칡을 구해오신 날에는 씹으면 오도독거리며 나오는 칡의 알맹이 맛에 폭 빠졌었다

그렇지만 그 암칡을 먹어보기는 그리 쉽지 않았고 아버지께서는 담에 또 가져다주마고 하시던 겨울날 고향집 방안에 있었다

가신지 오랜 부모님이랑 함께

여보! 맛있어? 또 줄까? 짝꿍의 말소리에 깜짝 돌이와 보니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칡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칡차를 마시면 속이 편하고 살살거리며 가끔 고생시키는 배안의 통증도 사라지는 것 같다

짝꿍은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칡차를 끓여 주시며 칡을 맛있게 먹는 모습에 생칡의 뽀얀 살을 잘라 주신다

이 아침

칡차를 마시며 감사 가득 채우고 있다

가신지 오랜 너무도 그리운 아버지께

고생하시며 칡을 캐서 나누어 주신 아저씨께

칡을 먹기 좋게 잘라 주시고 칡차를 끓여 마주보며 마시고 있는 사랑하는 짝꿍에게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도룡용아! 길 잘 찾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