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부드럽고 구수한 그 맛처럼

by 한명화

참으로 오랜 인연들이다

벌써 40여 년이 지난 것 같으니까

이들을 만난 건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로 만남이 그 시작이었다

시간이 지나 그녀들도 유아교육기관을 이끌어가는 기관장들이 되었고 우리는 같은 뜻으로 서로 돕고 이끌어주며 오랫동안 함께 했었다

함께하는 동안 운동회나 캠프, 또 어떤 때는 연합 발표회도 같이 하기도 했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효도여행을 주관하기도 하고 교사들을 위한 여행도 함께 가기도 하고

가끔은 운영자들의 휴식 여행도 했었는데 이 여행의 특징은 오가는 차 안에서의 시간이 그야말로 아름다운 화음이 어우러지는 성가의 시간이기도 하고 가곡의 시간이기도 했다

아마도 나이들이 큰 차이가 없어 서로의 마음들이 잘 통하기도 하고 화음을 맞추어 노래도 다들 꽤 잘 불렀었다

그렇게 날들을 보내며 우리는 누구보다 신뢰하고 좋아하는 친구가 되었다


이제 다 내려놓고 편한 백성이 된 나를 제외한 두 분의 박사님들은 자신의 길에서 아직도 열정을 쏟고 있다

며칠 전 전화가 왔다

신년도 되었는데 만나 점심을 같이 하자고

큰 사고 후 운전을 하지 않는 나를 알기에 집으로 갈 테니 입구로 나오란다

그렇게 우리는 셋이서 만나 맛깔난 청국장에 유기농으로 만들었다는 갖은 채소를 넣은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은 후 자리를 옮겼다

추운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는 넓은 공간의 카페 아늑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둘러앉았다

점심을 먹었음에도 따뜻한 마음을 담아 들고 온 부드러운 통밀 빵에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꽃이 핀다

지난 추억 이야기를 하며 흐뭇한 미소를 나누고 또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글쓰기를 가르치며 글을 쓰고 있는 친구와 자신의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친구와 나눈

우리들의 대화에 빙그레 미소가 핀다

글을 쓰는 건 어렵지 않다고 ㅡ

재목이 잡히면 글은 써진다고 습관처럼 ㅡ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은데 글을 쓰려하면 스트레스가 먼저 온다는 ㅡ

얼마나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스트레스가 올까

글을 쓰면 즐겁고 행복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 조심스레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 억지로 쓰려하지 말고 쓰고 싶은 마음이 날 때 조금씩 써보라며 책을 내기 위해서는 브런치 작가가 되어 브런치에서 책을 내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기성 작가가 되기보다 살며 글을 쓰고 책도 내고 싶다면 돈이 들지 않고 자신의 이름이 쓰인 책은 낼 수 있는 곳이라고ㅡ

그녀는 두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기울인다

코끝을 스치며 마시는 커피가 향기롭고

구멍이 숭숭 난 부드러운 통밀빵을 먹으며

대화는 날개를 달고 춤을 추었다


이 글을 쓰며 그날을 돌아본다

참으로 오랜 친구들이어서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도 만난 것처럼 편하고 정겹다

마치 그날 마신 향긋한 커피와 구멍이 숭숭 난 통밀빵의 부드럽고 구수한 그 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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