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오고 바람도 찬 날이다
창밖에 햇살은 보이는데 날씨가 춥다며 외출을 삼가라 한다
어느 상담가 선생님이 방송에서 말했다
사람은?
춥다고 방에만 웅크리고 있으면 점점 근육이 쇠퇴해서 힘이 없어진다고
그러니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ㅡ
밖에 나가도 갈 곳이 없다고 하시지요?
왜 갈 곳이 없어요 갈 곳을 만들어야지요
집에서 좀 떨어진 곳 전봇대라도 찍고 오세요
이제 갈 곳이 생겼지요?
날마다 집 밖으로 나가서 전봇대를 찍고 오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슈퍼에 들러 먹거리도 사 오고 또 때로는 차도 한잔 마시고ㅡ
보세요 갈 곳이 많지요?ㅡ라며
그녀는 큰 눈을 껌뻑이며 열변을 토했었다
그래 춥다고 안 나가면 안 되지ㅡ
그래서 이 추운 날씨에도 단디 복장 차려입고 공원산책 길에 나섰다
산길에는 하얀 융단을 깔아놓고 사뿐하게 즈려밟으며 올라 보라 한다
살포시 쌓인 눈길을 따라 산길을 오르는데 미끄러질까 봐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눈도 왔고 춥기도 하니 길은 텅 비어 짝꿍과 둘이서 여유 만만 즐기며 천천히 정상의 정자에 올랐다
새들의 지저귐은 여전하고 찬바람 소리는 윙윙 대지만 깔판을 깔고 자리에 앉아 겨울을 즐긴다
배낭에 쉬고 있던 끓여 온 차를 작은 찻잔에 따라 마시면 따뜻한 차는 목줄대를 타고 내려가며 따뜻해~~라는 노래를 부르고 따뜻한 잔을 손에 받치고 있으면 얼었던 손이 사르르 풀린다
차를 마시며 천천히 자연의 그림을 감상한다
올라왔던 하얀 융단 길이 높이를 자랑하고 정상의 추위에 정자 마당 행여 추울까 덮어둔 하얀 양털 이불은 바라만 보아도 포근하다
이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하늘 향해 팔 벌린 옷 벗은 까만 겨울나무들과 이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청춘을 자랑하는 소나무들 위에 앉아 춥다고 앙탈 부리는 새들의 하소연 ㅡㅎ
너무도 아름답다
그래, 추워도 나오기를 잘했어
겨울 정자에 앉아 마시는 차맛도 일품이니까
그렇지?
겨울은 겨울다워야 제맛이지ㅡ
안 그래?
눈부시게 파란 찬 겨울 하늘처럼 맑게 웃는다
둘이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