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화분에 매달린 파인애플
안쓰러워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노랗게 익혀 두었더니
폴폴 단내 하도 풍겨서
자극하는 침샘 꼬임에 홀라당
앙증맞은 파인애플 가위로 싹둑
도마 위 올려놓고 조각내어
식구들 손에 손에 한쪽씩 들고
세상에서 제일 작은 파인애플 맛
달콤하고 맛있는 바로 그 맛
파인애플 장식했던 멋진 모자
아깝고 미안함에 좀 더 보고파
유리병에 물 담아 올려놨는데
이대로는 절대 죽지 않는다며
다시 꼭 살아나 보겠다고
있는 힘 다해 외치더니만
어? 어? 어?
열흘쯤 지났는데 뭔가 보였어
두 달도 지났는데 기세 등등해
하얀 뿌리내리고 거들먹 거들먹
아무리 괴롭혀도 굽히지 않는다고
기어이 우뚝 서서 다시 일어나겠다고
이제는 다시 흙을 밟고 싶다고
좀 큰 화분에 옮겨 심어 달라고
하얀 뿌리 온 힘으로 외치고 있다
꼭 다시 살아 낼 거야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