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커뮤니티비즈니스 = 언어의 공감에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어제-오늘처럼 글이 꼬이는 날은 처음입니다.
생각해보니 강의를 통해 많이 이야기 했던 내용은 술술 써지는데
무언가 최근에 고민이 들어 정리하고 아직까지 입밖으로 나온적이 없는 것들은 글로 써지는 순간 머리속의 생각들과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여져갑니다. ㅠㅠ
몇번이나 적은 글을 저장소에 보내놓고 결국은 익숙한 내용으로 다시 적고 있는 나를 씁쓸히 처다봅니다.
제목을 보시고는 '싸우면서 정든다'류의 내용을 생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여자들은 서로 붙들고 울음으로 감정을 소통하고
남자들은 술 한 잔하고 멱살 한 번 붙잡고 경험을 소통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싸움 구경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어디 가서든 많이 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언제 싸워야 하나?
무언가를 시작하기전에.......
시작했다면 더 늦기전에.......
아이들의 방과후마을학교를 만들기 전,
2년정도의 준비 모임을 하면서 엄마들은 많이 싸우고 몇번 깨질뻔도 하면서 위태위태 준비과정을 겪었읍니다.
큰 틀에 대한 합의정도에서 별 이견을 주장하지 않는 아빠들과는 달리 실제 운영을 하게 될 엄마들은 교육철학부터 세밀한 규정 하나까지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을 정도로 어렵게 어렵게 준비를 했습니다.
싸우고 울고,,,,
어느 날은 참여한 가족들이 모두 1박2일로 MT를 떠 났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아빠들은 화장실이 달린 커다란 방에 엄마들을 밀어넣고는
'밥때 되면 알아서 밥 넣어주고
아이들도 우리가 다 봐줄테니 끝장 토론해라
끝나기 전에는 나오지 마라'
자! 이 날의 끝장 토론 MT로 합의가 다 이루어졌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하루밤만에 해결될 거라면 그렇게 울고불고 할 필요도 없었을겁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지내며 방과후 마을학교는 문을 열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엄마들의 협동조합이 진행되었습니다.
6개월정도의 준비기간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모든 일에 합의가 착착 이루어지고 특별한 논쟁이나 의견 충돌 없었고 사업 진행을 하면서 차근히 하나씩 조율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순조로운 준비기간을 거쳐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준비기간을 거친 두 개의 협동조합은 각기 회의를 합의를 이끌어내고 일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순조로운 준비기간을 거친 협동 조합이 회의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왜 그럴까요?
왜 저는 많이 싸우라고 싸움을 부추길까요?
'싸우면서 정들기' 말고 싸움을 부추긴 다른 이유가 무었일까요?
제가 싸움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면서 논쟁하고 부딧치라고 했던 이유는 바로 언어(단어)입니다.
우리가 협동조합을 만들 때 엄마들의 나이는 대략 30대 중후반
그 말은 지난 30년 이상을 우리는 각자 살아왔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동일한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각자가 사용하는 언어 그리고 단어에는 남들과는 다른, '나'의 경험과 가치관, 그리고 삶이 담겨 있습니다.
같은 단어라 해도 각자 자기만의 의미가 추가되어 인식하고 해석해 왔습니다..
싸우는 과정은
논쟁하는 과정은
다른 사람의 언어에서 의미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싸우고 논쟁하면서
'이 단어를 이 사람은 이렇게 사용하는 구나'
'이 단어가 이 경우에는 이 사람에게 이렇게 해석되는구나'
타인의 언어와 그 언어에 담긴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과 공간은 선택 옵션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순조로운 출발로 인해 이렇게 서로의 언어를 공감할 격전(?)의 과정이 없었다면
실제 사업을 진행하면서 회의를 하고 합의를 했다지만 회의를 끝내고 각자 집에 돌아와 돌이켜 볼때 이들의 합의에는 균열이 있을을 알수 있습니다.
'10' 이라는 결론이 났지만 실제로 어떤 이에게는 9.5이거나, 어떤 이에게는 9,9이거나 어떤이에게는 10.5일수도 았습니다.
이것이 희의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합의 과정이 늘어갈수록 편차가 점차 늘어갑니다.
그 편차만큼 감정의 골도 벌어집니다.
목적지향적 조직에서는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리더를 기준으로 언어를 통일시키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언어적 차이로 인한 갈등은 상대적으로 적은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 하고 있는 커뮤니티비즈니스에서는 수평적 구조이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많이 싸우고 논쟁하는 과정을 통해 각자가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진 집단은 회의에서 합의된 결과를 나의 언어가 아닌 타인의 언어에서도 바라보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결론을 유지할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성원간 서로 다른 언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은 지속가능을 위한 필수적인 선결조건입니다.
글에서는 극단적인 '싸움'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다양한 기재를 활용할수도 있습니다.
초기 모임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와 결과가 아닙니다.
빨리 결과를 만들고
빨리 조합을 만들고 사업을 진행하고......
초기 모임에 있어서 합의보다 중요한 것은 합의를 하는 과정입니다.
지루하고 소모적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그 과정을 통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서로간의 경험과 가치관을 을 공유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가치있는 시간이고 조직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우리는 단거리 선수가 아닙니다.
조금 늦으면 어때요
지금부터라도 서로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이해하는 것에서 우리의 커뮤니티비즈니스는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