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효과
우리마을에는 생협매장인 '땅이야기'와 마을카페인 '사람이야기'가 같은 건물에 입주해서 각기 2011년도부터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2016년도 여름,
건물을 신축한다며 비워달라는 이야기에 어쩔수 없이 정들었던 터전을 쫒겨나게 됩니다.
(젠틀리피케이션은 남들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이사비도 변변치 않은 우리에게 이사를 가고 새롭게 인테리어를 한다는 것은 깜깜한 일이었습니다.
일단은 생협과 카페 두 매장을 통합하기로 하고 기존의 매장 하나보다 조금 넒은 곳을 정했습니다.
미용실을 하다 폐업한 공간이라 완전히 내부를 부수고 다시 공사를 해야되는 상황.....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결국 목수일 하시는 동네 형님 한 분의 지도아래 동네 아빠들이 공사를 시작합니다.
지긋지긋한 장마와 무더위.....
업체에 맡겼으면 1~2주면 끝냈을지도 모르는 일을 시간이 나면 평일 밤에, 아니면 주말에 아빠들이 모여 2달동안 공사를 합니다.
나무를 자르고
페인트 칠을 하고
타일을 바르고
직접 재료를 사다가
사실상 일을 하나씩 배워가며 일을 합니다.
돈 아끼려다 일하면서 마시는 술값-찬값이 더 들겠다는 푸념을 섞어가며 2016년 여름은 그렇게 보냈습니다.
매장 둘이 합치다 보니 마을 생협 매장겸 마을 카페라는 전국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컨셉의 공사를 했습니다.
아빠들이 이야기 합니다.
자기가 공사한 곳, 자기가 페인트 칠한 곳에 광채가 난다고 합니다.
물론 자기밖에 구별하지 못하는 광채입니다.
일하다가 조금 다친 사람은 공사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몇배가 많습니다.
한 동안은 공사이야기만으로도 술안주로 배부르고도 남습니다.
내 땀이 어린 곳,
뜨거웠던 여름을 마을 아빠들과 함께 한 곳,
그때의 망치질 하고 붓질 했던 손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남들이 볼때는 부족해 보이는 인테리어일지라도 아빠들에게는
'나의 것'
이라는 소유와 공유의 감정이 가득한 공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경험을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는 용어로 설명 할 수 있습니다.
이케아 효과란 구매자들이 스스로 물건을 만들었으니 완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오히려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인지부조화이다.
댄 애리얼리, 《『경제심리학』》, 청림출판,2011
초보자가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데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사람에 따라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노동력이 투입돼 무언가를 생산하게 되면 자신의 자긍심과 역량이 커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따라서 평소에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이케아 효과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또한 이제는 불편함이 요구되는 사회이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편의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지만 일부 유별난 기업들은 고객을 불편하게 함으로써 관심을 이끌기도 한다. 이용자들은 편의성이 약간은 떨어지더라도 다른 가치가 좀 더 높다면 불편함을 기꺼이 수용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불편함을 때때로 수용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절약이 되기 때문이다. 고객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고객의 시간과 신체적 노력을 들이면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고객의 금전적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둘 째, 재미와 모험심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물건을 조립하면서 느끼는 재미와 모험심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 쪽에서는 이 현상을 먹을 것이 부족했던 원시시대에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 유익한 성향이라고 주장한다. 만일 힘겨운 노동이나 실패를 거듭한 사냥의 결과로 먹잇감을 겨우 얻게 되었다면 맛이 별로 없을지라도 너무나 감사하면서 맛있게 먹었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케아 효과는 실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노턴과 동료들은 피험자들에게 종이접기를 시키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각자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 경매에 붙였다. 그랬더니 작품의 질과는 상관없이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웃돈을 줘서라도 자신이 만든 작품을 구매하기를 희망했는데 이 역시 들인 노력이 제품에 대한 사랑으로 전환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정성훈,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케이앤제이, 2011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 경험이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면 그 만큼 더 큰 가치를 부여합니다.
우리가 텃밭에서 기른 채소들은 친환경-무농약의 원칙을 지킨 덕분에 벌레들의 무차별적인 공세를 받아 제 형태를 유지하는 녀석을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야채를 안 먹던 아이들도 자기가 물을 주며 키운 야채들은 맛있다며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농가에 가서 딸기따기 체험이나 사과따기 체험을 해보면 매장에서 주문해서 사먹는 과일보다 체험장에서 먹는 과일들이 더 맛있는 경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따서 먹기 때문에 더 신선해서 라고 만으로 단정할수는 없습니다.
김치냉장고 딤채는 제품 출시 초기인 1996년 약 200명의 품질 평가단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3개월간 무료로 김치냉장고 제품을 사용해본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했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100퍼센트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이 역시 딤채의 좋은 품질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자신과 관련이 있는것에 가치를 더 부여하는 자기중심성 때문에 우리는 체험한 제품에 더 가치를 부여하게 됩니다.
우리와 같은 지역적 관계망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에서는 매우 관심있게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소비자들이 한 걸음 물러서 제품을 바라보게 하지 말고
소비자들이 제품과 긴밀히 관계를 맺도록 하는 '거리 줄이기'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위의 예와 같이 체험도
관찰하는 체험보다는 직접 행동하는 체험이
수동적 체험자보다는 능동적 체험자가 더 효과적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만지거나 누군가 내 얼굴에 그림을 그려주는 것 보다는
내가 직접 움직이며, 직접 그리고, 직접 만드는 체험이 더 효과적입니다.
내가 흘린 땀 만큼
내가 소비한 시간만큼
'거리 줄리기' 미션은 더 성공적으로 바뀝니다.
친환경 유기농을 강조하는 것은 이미 한계가 한참 지났습니다.
친환경 유기농사를 짓는 농민을 초대해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직접 찾아가 땀흘리며 일을 돕는 경험이 더 효과적입니다.
금새 사리지는 머리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이 더 오래 기억하고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의 틀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소유하고 공감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커뮤니티비즈니스사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