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비즈니스... 장소에서 터전을 만들다
앞선 챕터에서 마케팅의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를 이야기 하면서 상품과 가격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소비,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소비를 이야기 했습니다.
이번에는 place, 장소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일반적으로 마케팅에서 장소는 판매장소와 유통경로를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어떻게 소비자를 만나고 어떻게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다양한 변수를 고민합니다.
장소는 상품과 유통이 합쳐진 공간입니다.
여기에서는 이 공간 자체를 브랜딩해서 가치를 담아내는 공간마케팅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공간마케팅은 작게는 커뮤니티비즈니스의 사업장이 될 수도 있고 크게는 우리 관계망이 거주하는 마을 혹은 도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공간 마케팅은 도심지 개발이나 지역 축제와 같은 지역 활성화 사업에서 많이 논의되었다
지역브랜드 이미지를 재창조해 경제적으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사회적으로는 지역 정체성 확보를 통해 지역 사회통합의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대구 김광석거리
통영 동피랑
함평 나비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지역의 특화된 거리나 축제를 통해 공간을 브랜드하는 작업이 여기에 속합니다.
뉴욕타임지가 선정한 '2017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2곳'에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부산이 선정되었습니다.
엄밀히 말해 부산 전체를 선정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곳일까요?
아닙니다.
뉴욕타임지가 부산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말한 곳은 전포카페거리입니다.
이 처럼 기존의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이 아니라 테마 즉 스토리를 품은 공간 마케팅이 세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공간 창조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깔끔하게 정돈되고 관광객도 많이 오는 김광석거리를 성공적인 공간 마케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도심의 비싼 임대로에서 밀려 이 곳으로 왔던 예술가들과
도심지 전통시장의 어려움속에서 점처 쇠퇴해가는 방천시장 상인분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 곳에 더 이상 그분들은 계시지 않습니다.
높아진 임대로에 남아 있는 것은 브랜드 카페와 술집들 뿐....
누구를 위한 지역 개발인지,
누구를 위한 공간마케팅인지,,,,,
벽화마을로 전국적인 관심과 관광객이 몰려 들었던 동피랑도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밤낮없는 소음과 쓰레기 문제, 동물원 마냥 살립집을 기웃거리는 관광객들 등쌀에 주민들의 한계치는 이미 넘어섰고 주민들은 벽화를 스스로 지우고자 합니다.
지역의 변화와 주민의 삶이 괴리를 빗고 있는 현장입니다.
성공적이라 평가받는다 해도 그 결과물의 배분에 있어서 항상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패하면 예산 낭비로 문제,
성공하면 배분의 문제로 문제......
주민이 주도하지 않은
혹은 주민이 주도를 잃어버린 이러한 공간마케팅은 새로운 갈등을 양산하기도 합니다.
지역 브랜드화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제대로 다시 정리를 해 보기로 하고 오늘은 커뮤니티 기반의 공간마케팅에 대해서 좀 더 좁혀 이야기해 보려합니다.
커뮤니티 기반 공간 마케팅은
개별 사업장의 공간 마케팅과
지역 켜뮤니티의 공간 마케팅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개별 사업장의 공간 마케팅은 이 글의 제일 처음에서 언급한 마케팅의 4P에서 Place가 말하는 판매와 유통의 복합공간으로써의 공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색칠할까의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마케팅에서는 이 공간을
유통비용과 원가, 소비자 접근성, 소비자 친밀도등에서 접근합니다만 우리는 가치의 교환장소로 어떻게 공간을 규정할까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브랜드 작업은 대상에게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공간의 브랜드화는
상품으로 가득한 공간이 아니라
그 공간이 가지는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소통하는 것입니다.
공간 마케팅은 두가지 목표를 가집니다.
소비자의 방문을 유도하기
방문한 소비자가 제품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하는 것
스타벅스가 가지는 공간마케팅은 어떨까요?
스타벅스는 고객들이 빠르게 순환되어야 하는 것이 매장 공간이어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에 반해 책을 읽고 웹서핑을 하고 업무를 볼 수 있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했습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2002년부터 대부분의 매장에서 와이파이를 도입하고 20~30대들에게 고급스러운 문화소비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을사업에서는 어떤 공간을 이미지화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마을카페는 어떤 이미지를 가진 공간이면 좋을까요?
우리의 마을식당은 어떤 이미지를 가진 공간이면 좋을까요?
우리의 마을반찬가게는 어떤 이미지를 가진 공간이면 좋을까요?
우리의 마을도서관은 어떤 이미지를 가진 공간이면 좋을까요?
친환경유기농 농산물 매장의 경우
친환경이라는 가치에 집착하면 공간이 교육장 이미지나 전투적인 결사의 이미지가 강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드나들수 있는 식품 매장으로 유도하면 공간의 차별화가 떨어져 우리만의 이미지를 만들수 없습니다.
공간마케팅에서 공간이 가져야 하는 이미지는 긍정적이고 차별적이어야 합니다.
이 공간을 이야기하거나 떠올릴때 안정적이고 편안하고 희망이 느껴지는 긍정성
시중의 유사 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차별적이고 한정적인 이미지.
이때 오해하기 위해 것이 차별성입니다.
과한 차별성은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화려함이나 강렬함은 일회성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도 정확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방해요인입니다.
차별화를 위해서는 비범용성이 필요합니다.
흔하지 않고 한정적인 느낌이 나는......
마을카페에서는 한 번씩 미리 공지를 통해 커피 블라인드 테스트 행사를 합니다.
다양한 원두를 준비해 조합원들이 직접 블라인드 테스트로 원하는 커피를 고르고 이를 통해 매장에서 사용할 커피를 고릅니다.
내부 공사는 아무리 어설퍼도 조합원들이 합니다. 어설픈 만큼 그래서 실수하는 만큼 기억에 남고 직접 완수했다는 느낌, 그런 것들이 비범용성을 만듭니다.
마을 카페에는 항상 조합원들의 사진, 그림,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고 나면 돌아가며 마을카페에서 전시를 합니다.
음악회 포스터를 만드는 아빠의 포스터들도 만국기마냥 걸려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자 혹은 공급자 입장에서의 가치 전달이 아니라 참여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치 전달 혹은 교환이 될 수 있는 것을 전면에 내세워야 합니다.
가치가 아니라 삶이 먼저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만들어진 가치가 아니라 삶이 모여져서 같이 가치를 만드는 공간이어야 지속가능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한 개의 사업장이 가지는 공간마케팅의 한계를 우리는 주변에서 보완해야 합니다.
주변 환경, 주변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과의 어우러짐은 공간 마케팅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마을이라는 것은 지역안에서 다양한 관계망이 서로 뒤섞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하나의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이 내부 구성원들의 성장으로 또 다른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을 만들어 내고
지역내 다양한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이 연대를 통해 지역 사람들에게 동일한 이미지를 제공하면 이는 더 공적이고 더 안정적인 각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00마을, 00빌리지등의 로컬리티를 강조한 집단적 단어들은 내외부적 결속감과 동질감을 만들어주고 감정의 문턱을 낮추어줍니다.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에 있어 공간은 상품과 서비스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커뮤니티비즈니스와 같은 관계망 사업에서 공간은 사업장이라기 보다는 삶의 공간입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잘 표현하고 그 속에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잘 표현하고 그 속에서 가치를 만들고 소통하는 곳입니다.
공간속에 우리의 삶과 가치를 담아내는 것은 지금도, 앞으로도 함께 고민해야 할 일입니다.
=========================================
우리는 행복이라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재료와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성품의 행복만을 찾고 있다.
- 알랭 드 보통. 영국의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