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비즈니스가 내 삶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 줄 수는 없을까?
번외편은 내용도 편하게 어투도 편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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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마을에서 시끌시끌 혹은 마을일에 힘들어 하면서도 왜 마을살이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 가족과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이야기 하기로 하고 오늘은 나 자신을 위해서 마을살이를 하는 이유를 부끄럽지만 써 본다
본격적으로 마을살이를 시작한지는 이제 8년정도된 것 같다.
요리조리 간 보듯 들락거리다 어느덧 코가 꿰여 이런저런 일을 함께 한 것이.....
그전의 생활을 생각해보면
회사-집-회사-집-회사-집의 연속이었다
회사-집의 쳇바퀴를 벗어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다는 건 나름 큰 계획이 필요했다.
회사에서 시내까지 나가는 것도 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서먹함을 푸는 것도 일(사실은 헤어질때까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시내에서 늦은 밤에 집에 다시 돌아오는 것도 일,,,,,,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여러개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아이엄마가 손을 들어 바톤 터치를 요청한다.
'이제 니가 아이 좀 봐라...'
아이는 아빠가 힘으로 놀아달라고 어깨에 올라탄다
아이와 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술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아이와 노는 것도 숙련이 필요하다
한번씩 아이엄마와 다툼을 해도 어디 갈 곳이 없어 답답했지만 참아야 했다.
그런데 마을살이를 하고 동네에 마을카페를 만들고 나니 세상이 바뀌었다.
마을카페는 9시면 매니져가 퇴근을 하지만
종종 누군가 남아 있다.
맥주를 한잔 하며
매니저에게 열쇠를 받고는 술자리를 이어간다.
생협매장을 겸하기 때문에 안주거리도 많다.
술이든 안주든 알아서 꺼내 먹고 외상장부에 적어놓고 간다
아파트 창문 아래로
혹은 밤에 산책을 하다 카페에 불을 켜져 있으면
혼자 이야기 한다.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겠군. 오늘은 내가 피곤해서,,, 다음에 봅시다'
혼자서 상상하며 키득키득 웃는다.
이제부터의 부부싸움은 먼저 나가면 된다.
먼저 카페에 나가서 술 한잔을 하면 남은 사람은 아이를 봐야 한다^^
(그렇다고 후폭풍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ㅠㅠ)
바쁠때는 일주일에 한 번 못가기도 하는 마을카페이지만 언제나 갈 수 있는 안식처이다.
도시생활을 하면서
직장을 다니며 아빠 역홣을 하면서
동네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공간(물론 나만의 이미지이지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간에 누군가 내가 아는, 혹은 나를 기다려 줄 이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위안이고 힘이다.
40대 중반이 되어버린 나에게 동네에 친구가 있다
직업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고
이제까지 살아왔던 것도 전혀 다르지만 친구들이 생겼다.
계획을 잡아 시내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서먹함을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친구들이,,,,,,,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공간이,,,,,,,
나에게 마을카페는 사회적가치를 실천하는 곳 혹은 커뮤니티비즈니스의 사업장이 아니라 내 개인적인 안식의 공간이다.
내가 도시에서의 삶을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이고 때로는 최후의 보루이다.
편하게 술 한잔을 하고
편하게 노래를 부르고
편하게 수다를 떨고,,,,,,,,,
우리에게 있어 커뮤니티비즈니스 공간이
언제나 편안한 안식처이고
언제나 따뜻하게 감싸주는 피난처이었으면 좋겠다
스페인어 케렌시아(Querencia)는 ‘바라다’라는 뜻의 동사 ‘querer’(케레르)에서 나왔다. 피난처, 안식처, 귀소본능이란 의미가 있다. 투우가 진행되는 동안 소는 위협을 피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기장의 특정 부분을 머릿속에 표시해둔다. 그리고 그곳을 자신의 케렌시아로 삼는다. 그곳에서 소는 숨 고르기를 하며 죽을힘을 다해 마지막 에너지를 모은다. 케렌시아는 회복과 모색의 장소다.
- 한겨례 신문 2017년 4월 17일 칼럼에서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91095.html#csidx5c21a26618f900ab215345e7c44e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