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살이가 뭐 그리 멋지지도 그럴듯해 보이지도 않지만,,,,,
4년전쯤인가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지방을 다녀오던 길,
운전 중이던 저에게 문자가 하나 왔습니다.
'술 한잔해요. 마을카페 옆에 횟집에서,,,'
느닷없이 정이아빠에게서 날라온 문자 한 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상한 촉(!)이 느껴져 마을의 다른 아빠에게 연락을 해 봅니다.
다른 아빠들도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지?'
평소에 모임을 주도하던 아빠가 아니었기에 갑작스런 호출에 궁금증이 증폭되었습니다.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갑작스런 모임 호출의 사연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을카페 '사람이야기'
마을 사람들이 출자해서 만들고 운영하는 마을카페에는 마을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 편입니다.
그날도 정이네는 가족들과 함께 카페를 방문했습니다.(마을카페옆 매장은 마을생협매장이랍니다.)
다른 가족들이 장을 보고 카페에 머무르는 동안 정이가 카페 옆 횟집에 있는 수족관에서 물고기들을 구경합니다. 그러다 물고기 한 마리와 통신(!)이 연결됩니다.
그리고 작은 돌맹이 하나를 수조를 향해 던졌습니다.
작은 돌맹이에 맞은 수족관이 깨지지는 않았지만 금이 가고 맙니다.
횟집 주인아저씨는 수족관 값 변상과 함께 수족관에 들어 있는 물고기들을 모두 사가라고 합니다.
이리저리 고민하던 정이아빠는 결국 마을 아빠들에게 술 한잔 하자고 연락을 했던 것입니다.
기왕 사고친거 제대로 놀아보자.^^
연락을 받은 아빠들은 다시 온 동네 소문을 냅니다.
'횟집으로 다 모여'
사건의 전말을 들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횟집을 가득 채우고 가게 바깥까지 자리를 잡습니다.
횟집에 모여든 동네 사람들은 모두가 돌아가며 정이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니 덕에 동네 잔치를 한다'
갑작히 시작된 마을잔치였지만 뒤늦게 소식 듣고 온 사람까지 늘어나면서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정이의 작은 실수로 시작된 마을잔치였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그 어느때보다도 더 흥겹고 즐거운 잔치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조금씩 돈은 냅니다.
자기 먹은거는 자기가 낸다며.....
정이는 발달장애아이입니다.
하지만 정이도 물고기와 통신이 잠시 되었을뿐,
돌맹이를 던져 수족관을 깬 것은 잘못이라는 것을 압니다.
돌맹이를 던진 것이 우리 아들이었다면 어떠했을까요?
우리 아들도 발달장애아이입니다.
만약 제가 마을살이를 하지 않고 있었다면,,,,,,
횟집 주인에게 억지로 받아온 물고기들을 어찌 할 바 모르고 일단 냉장고에 넣겠지요.
그리고 우리 아들에게 야단을 쳤을겁니다.
야단을 치다가 제 화를 못 이기고 아이에게 화를 냈겠지요,,,
화를 내다 지쳐 잠시 쉬다가도 냉장고를 보게 되면 다시 화가 나서 아이에게 그 화를 퍼부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을에서 살았기에 하루종일 화를 내고도 아무 성과없는 짓거리를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마을에서 살았기에 아이의 실수가 잔치가 되어버렸습니다.
이것이 제가 마을에 사는 이유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마을에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거창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고
함께 살아가는 내 주변사람들과 만들어가는 것이 재미있고 놓치기 싫기에
오늘도 우리는 마을에서 살아갑니다.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머리 싸매기도 하지만
이 날의 기억은 다시금 마을에서 살고 있는 나를 일어세우게 합니다.
마을은 특별할 것 하나 없지만 아주아주 특별한 시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