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모든 기업의 업무시간을 일률적으로 최대 5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법적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에 회사 및 고용주는 규모나 위반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형사처벌을 하게 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 아예 점심시간에는 사무실의 컴퓨터와 전등을 꺼버리고, 퇴근 시간에도 일률적으로 컴퓨터를 꺼는 것도 모자라서 어떤 회사의 경우 직원들의 컴퓨터가 10분 이상 터치되지 않으면 쉬는 시간으로 간주하고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는 컨트롤 시스템을 도입한 회사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관리'라는 테마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기도 했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게 되면 기존에 늦게까지 해야 하는 일이 많으니 사람을 더 뽑아야 할 것이고, 이를 통해서 국민들의 워라밸과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강제적으로 하다 보면 실마리가 풀려갈 거라는 기대를 했겠지요. 그런데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허황된 바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의 관점에서는 '수익'을, 그것도 가능하면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일단 기존의 인원으로 돌아가는 업무를 52시간 내에 먼저 할 수 있도록 '생산성'을 늘려 보는 것에 전력질주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력을 보강한다는 것은 '고정비용'의 증대로 가장 마지막에나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업무량'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인원'='업무량'인 상황에서 이제는 그냥 그 인원이 어떻게 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52시간 내 맡은 업무를 끝내게 하면 (혹는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퇴근할 때 일을 집으로 가져가게 하는) 되는 것처럼 되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주 52시간 근무제는 안녕하십니까?
우리가 결과 중심적이라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과연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한번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과 중심적이어서 '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특히 '부모들이 아이들을 교육할 때 너무 '점수'에 연연해하고, 반에서 몇 등 했는지, 잠을 줄여가면서 하루에 몇 시간을 공부하고 있는지 등등 숫자로 보여주는 결과에 대해서 칭찬하려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성장하는지에 대해서 인정해주고, 피드백해 주는 것을 하지 못한다'라고들 합니다. 이러한 교육체계는 회사라는 조직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구성원들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일을 통해서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대해서 피드백해 주기보다는 몇 시에 출근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회사에서 일을 하는지, 얼마나 멋들어진 보고서를 만들어 내는 지등에 포커스를 하다 보니 정작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일을 통해서 성장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잘못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외국인 임원분들을 코칭하면서 외국분들이 가장 한국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냉소적으로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일하면 되는 데... 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주간 업무회의, 개별 일별 업무 리스트, 업무 확인을 위한 이멜등등 관행화되어 버린 과정 중심에서의 쓸데없는 보고와 보고서에 시간을 쏟고 있는 것을 답답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는 위계적인 문화에서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실무에서 멀어지는 리더들에게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어필을 해야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우리의 구조적 문제점일 수도 있고, '권한 위임' 또는 '임파워먼트'가 제대로 안되어 있는 상황에서 모든 과정을 일일이 보고하고 확인받아야 하는 프로세스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의 교육시스템에서의 성적이라는 결과에 연연하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결과와 과정이 정말 제대로 정의가 된 것일까요? 과연 정말 우리는 결과 중심적인가요? 조직 구성원들은 정말 각자 자신이 만들어 내어야 할 "결과물" - 즉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알고 일하고 있나요? 이는 OKR (Objectives & Key Result) 또는 MBO (Managed by Objectives)에서 이야기하는 성과관리에 있어서의 목적 (Objectives)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BSC (Balanced Score Card* 1992년 하버드대 캐플란 교수와 노턴 박사에 의해서 시작된 성과평가기법)가 도입되어서 성과지표관리를 하면서 지표는 결국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상의 관리일 뿐인데도 많은 회사들이 이러한 지표적 결과물이 마치 궁극적으로 만들어 내어야 할 "목적"을 대체해 버린 건 아닌지 짚어보아야 합니다.
이제 '목적중심'의 결과를 볼 수 있는 관점 가져야 합니다.
만약에 당신이 9시 출근시간에 맞추어 뛰어오는 직원을 보면서 '그래도 그렇지 적어도 30분 전에는 출근해서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일 못하는 친구'로 라벨링을 무의식적으로 라벨링해 버린다면, 과연 나는 직원들이 '제대로 일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시간이라는 과정상의 결과보다 자신이 해내어야 할 일을 제대로 해 내는 것을 인정하고 피드백해 줄 수 있는 '목적중심'의 결과를 볼 수 있는 관점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출근시간부터 적당히 일하는 것을 보여주고 퇴근시간 사무실 시계가 6시를 가리키자마자 사무실을 나서면서 워라밸을 외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해 보아야 합니다.
- 나의 권한과 책임 안에서 회사에서 만들어내야 할 '목적중심'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나는 제대로 일하고 있는 가?)
- 나의 경력개발을 위해 업무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가?
- 리더/CEO의 관점에서 나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
- 그리고 과연 나는 회사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가?
주 52시간 근무제의 '목적중심'의 결과물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회사는 생산성과 효율성 중심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 많은 회사들이 쓸데없이 보여주기 식의 보고에서 벗어나 PPT 사용보다는 1페이지 기안 등 문장을 사용하는 보고서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업무에 있어서 몰입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근무복이 자율화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변화는 관리를 위한 관리가 아니라 결국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부수적이고 보여주기 식의 결과보다는 '목적중심'의 결과물에 포커스하게 합니다.
그리고 구성원들도 52시간이라는 회사에서의 표면적인 시간보다는 자신의 강, 약점을 파악하고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기 위해 표면적인 시간의 합이 아니라 몰입하는 52시간을 제대로 보내고 있는지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고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것과 같이 조직에서의 개인은 자신의 근무년수가 아니라 결국 얼마만큼 다양하고 많은 업무를 몰입했느냐에 따라 경력과 경험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편은;
주 52시간 근무제 허와 실 2편 - 워라밸의 진정한 의미 (누가 회사를 지옥으로 정의했나? 회사는 학교다!)
주 52시간 근무제 허와 실 3편 - 집단속에 숨어버리는 개인주의
를 연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