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회사를 지옥으로 정의했나? 회사는 학교다!
주52시간 근무제의 변화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며칠 전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 남아공'편에서 저스틴이 친구에게 소개해 준 '서울의 일몰부터 일출까지'에서 나오는 흔한 24시간 깨어 있는 서울의 화려한 모습은 벌써 서울의 특정지역만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개인의 삶의 방식이 예전과는 다르게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불확실성의 거대한 영향 속에 있는 글로벌 경제의 영향력뿐 만 아니라 2015년 3월 27일 제정되어 기업에서 일하는 방법에서의 중요한 일상을 바꾸어 버린 '김영란법',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제, 그리고 육아휴직제도의 확대와, 보수적인 대기업의 근무복 자율화등 다양한 변화가 촉매제가 되어 현재 진행형으로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이제 많은 회사들은 퇴근시간이 되면 아예 컴퓨터를 꺼버리는 방법으로 이른 퇴근을 독려합니다. 퇴근 후에 또 다른 삶, 소모임과 플립 등을 통해서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일부터 해방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해 가고 있는 반면 아직도 본인보다는 회사가 먼저인 기성세대들은 이른 퇴근이 왠지 어색하기만 합니다. 특히 사교육으로 채워진 일정으로 보내는 자녀들이 학원을 돌고 있어 가족들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갑자기 비워진 몇 시간의 저녁시간은 낯설기만 합니다. 이제까지의 일하는 방식에서 오전은 회의로 오후는 점심과 커피, 그렇게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정작 집중해서 하는 일은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야 하는 방식으로 일해 왔던 분들에게는 자신의 시간 패턴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전 같으면 직책이 높은 사람들이라면 누구가 누릴 수 있었던 "영업 추진비"로 동문회에서 저녁 한턱을 쏘기도 하고, 거래처 또는 고객과의 영업 미팅이라고, 혹는 부하직원들과의 사기진작을 위한 회식으로 저녁과 술값을 쓰고 회사에 청구하는 방식은 이미 역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동창, 동문, 입사동기, 등등의 이미 알고 있는 관계에서의 저녁 만남은 반갑고 즐겁기도 하지만 대부분 "예전에는 ~ "으로 시작하는 추억팔이가 되어 왠지 스스로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제 시간이 많이 생겼으나 편하게 쓸 수 있는 돈은 예전 같지 않으니 누군가가 쓰는 한턱이 많이 없어진 지금, 젊은 시절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못해 보았던 취미생활에 매진해 보기 위해 모임을 찾기도 하고, 자기 계발을 위한 북클럽 등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합니다. 또는 아예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공부 모임에 참여해서 등을 통해 조기퇴직 등을 앞당겨 보겠다는 목표로 열공하는 경우도 있고, 회사 업무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력개발을 위해 업무 관련 네트워킹 모임을 찾아 낯선 사람들과 기꺼이 어울리며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그리고 아직 적응하지 못해서 갈팡질팡하는 '나'와는 달리 왠지 겉으로 보기에 잘하고 있을 것 같은 '남'들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질문 속에 모임 없이 집으로 가야 하는 날에는 괜히 해야 할 일을 위해 노트북을 챙겨 카페에서 일을 해 보기도 합니다. 또는 많은 사람들이 기한에 걸려있는 일을 근무시간이 마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싸들고 카페에 앉아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벅스 매장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고, 성수동에 첫 매장을 오픈한 블루보틀은 인산인해가 되는지도 모릅니다.
정량적 52시간은 생산공장에서 생산공정이 돌아가는 시간으로 일하는 생산라인에 있는 사람들이나 리테일 유통 등에서 매장을 열어 놓는 시간 동안 일해야 하는 경우에는 시간 측정이 가능하지만 사무직의 경우 자신의 업무에 대한 역할과 책임(R&R)등의 업무분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개개인의 업무의 량이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미션입니다.
사람들이 일할 때 목적적 결과물이 정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으면 결국은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포커스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에 매어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역량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전혀 다른 수준의 결과물을 낼 수밖에 없는 데 똑 같이 보이는 시간으로 판단해 버린다면 결국 조직은 하향 평균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 조직 내에 공정함이 확보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중소기업들 조차 글로벌 파트너와 연계되어 일하는 상황이어서 퇴근시간 6시와는 상관없이 본인의 업무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24시간 이멜이나 업무 등을 위해 빠른 응대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는 자신의 업무를 목표한 기한 내에 마치기 위해서는 밤에도 일하고 새벽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지요. 이런 경우에는 사무실에서의 퇴근 시간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 회사와 합병한 미국 회사의 이전 한국 회사 임원분이 대화 속에서 이런 이야기 하시더군요. '미국 친구들 처음에는 '회사에 출근도 제 맘대로이고 도대체 일 하는 꼴을 못 본다' 라고 생각했었는 데 정작 같이 프로젝트로 함께 일을 해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일을 하더군요. 새벽에 이멜을 보내고, 밤에 텔레콘퍼런스에... 한번 설정한 목표에 대해서는 정말 집요하게 일하더군요" 이 말은 즉, 회사에 출근해서 모습을 보이면 일하는 것이고 사무실에 나오지 않으면 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표면적이고 단편적인 판단인지 보여줍니다. 결국 개인의 자신의 맡은 바 업무를 자신의 책임하에 유연한 시간과 방법으로 각자 맡은 바 R&R 에 맞추어 목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퇴근시간에 맞추어진 워라밸과는 달리 훨씬 다르게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주 52시간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프라임타임에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사람들과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협업하고 결과를 만들어 갑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많은 기본적인 지식과는 상관없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해 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 내의 '관계'속에서 리더가 되어가고, 다른 사람들을 육성하며, 각자 자신의 삶의 새로운 정의를 해 가고 있습니다.
조직은 결국 개인의 합이고 개인의 역량 수준이 결국은 조직의 경쟁력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직원의 채용에서부터 교육과 업무 배치 그리고 업무를 통한 성장을 지원하면서 조직이 커 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합니다. 조직은 결국 가장 획기적인 학교이고 조직에서 개인 구성원들은 스스로의 관점에 따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놀이터이고 학교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학업을 따라가기 위해 학교뿐만 아니라 과외로 학원과 개인지도 그리고 인강까지 받으면서 공부를 해야 할 때도 있지요.
누군가 회사를 지옥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조직생활을 통해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른 회사로 가기도 하고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도 하고, 자신의 사업이나 일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각자의 인생에 다음 단계는 결국 현재,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 가? 얼마만큼 몰입해서 강도 있게 일해 보았는 가에 따라 다음 단계가 정해집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를 선택하는 그 연장 선상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너무나 당연히 진 시대! 조직은 학교입니다! 자신의 역량수준과 강약점에 따라 멘토링이나 코칭이 필요하고, 업무과는 동떨어진 교육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회사에서의 업무와 교육은 마치 아이들이 학교에서 업드려 자고 비싼 돈 내고 학원가서 공부하는 것처럼 회사에서는 대충 시간을 떼우고, 퇴근후에 자신의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자기계발'이라는 위안을 받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눈도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일단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보여주어야 하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지는' 그런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출퇴근 시간은 노동의 생산성과는 별개로 매우 중요한 루틴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업무 중에 가장 중요한 업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 내는 일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지옥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가끔은 있습니다.
얼마 전 대기업의 '근무복 자율화'는 기존의 위계적 조직문화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보이는 것에 포커스 할 것이 아니라 '효율성'에 포커스 하겠다는 선언이고, 이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보여주기 식의 일이 아니라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성원들 개개인의 프로의식을 중요시 하자는 일종의 새로운 조직에서의 '신뢰'의 문을 여는 출발점입니다. 구성원은 업무의 본질에 집중해서 자신의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스스로 만들어낼 목적적 결과물이 무엇인지에 따라 유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일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는 뜻이고, 상사를 포함한 구성원들은 그런 개개인의 유연한 선택을 신뢰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육아 프로그램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이나 예전의 '아빠 어디 가?"등에 자주 나오는 장면에서 어린아이들 혼자 심부름을 보내고 그 심부름을 잘해 내는지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장면들이 꼭 나왔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 스스로 '심부름'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혼자 길을 나서고, 그렇게 스스로 해내면서 아이들은 그렇게 성장하는 것처럼 회사에서도 처음 일을 맡을 때 명확한 목표가 주어진다면 스스로 해 낼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바심 내면서 대신해주고,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신뢰하고, 격려하며 성장을 축하해 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부모와 같이 조직도 그렇게 성장해 나가야 합니다.
진정한 워라밸은 개인 스스로가 일을 하면서 목적적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몰입해서 일하고 회사와 함께 성장면서, 스스로 삶에 있어서 중요한 가족과 자신의 성장을 균형있게 일구어가는 것입니다.
당신의 워라밸은 안녕하십니까?
다음편은 '주 52시간 근무제 허와 실 3편 - 집단속에 숨어버리는 개인주의' 를 연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