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론
우리가 하고 익숙해 있었던 그 많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단서들이 사라졌다.
이전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눈치로 알아채고 대응하는 것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기도 했다. 예를 들어 오늘 우리 팀장이 참석한 주간 임원회의가 유난히 길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부서의 정보 소스에 의하면 어제 들어왔던 고객컴플레인건이 사장님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귀띔이 있는 경우, 대부분의 팀원들은 임원회의를 마치고 돌아와 팀장과 함께 할 팀회의의 분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를 가지게 된다. 대충 분위기 파악하고 팀회의에 임할 때 다른 때와는 다른 준비도 가능하게 해 준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팀원의 이슈를 파악하려면, 팀장이 팀원의 상태를 굳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아침에 출근하는 팀원들의 옷차림이나,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커피 한잔을 챙기러 들어간 휴게실에서 가볍게 마주치며 하는 인사에서도 느낌적 느낌으로 뭔가 다름을 눈치채고, 가벼운 눈 마주침으로 대화가 가능하기도 하다. 그리고 팀회의 시작 전에 팀원들 간에 서로 나누는 대화의 에너지에서 각자 자신의 업무에 대한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내용에서 보다도 더 본능적으로 이슈를 파악할 수도 있다. 물론 가끔 이러한 리더의 캣치에 오류가 생기기도 하지만 팀원 개개인의 커뮤니케이션 성향을 개략적으로 만이라도 알고 있는 팀장이라면 이미 무의식적으로 문자적 정보 그 자체보다 비언어적 정보를 종합해서 부지불식간에 팀의 이슈에 대해 프로세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언택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면대면 상황에 정보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영상으로 하는 주간회의나 업무 상세 지시를 위한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카카오톡의 그룹톡방에서의 제한적인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리더가 위에서 받는 성과에 대한 압박감을 구질구질하게 표현할 수도 없고, 팀원 개개인에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이해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있는 단서가 현저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팀원들이 가지고 있는 노트북의 기종에 따라 영상의 화질이 다를 뿐만 아니라 카메라 앵글을 맞추는 방법도 다르고, 팀장이 특히 PT 화면이나 정보페이지를 공유하면서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는 화면에서는 팀원들의 얼굴 창이 더욱 작아져 사이드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팀원들의 얼굴 표정을 읽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입장에서도 예전에는 가능했던 비언어적인 대화가 불가능해지면서 더욱 ‘영혼 없는’ 또는 ‘강요된 동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특히 팀원들 중에 에너지가 높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팀원이 분위기를 장악하게 되면 내향적이며 자신의 의견을 신중하게 표출하고 싶은 팀원의 경우 의도와는 상관없이 무시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영상회의 툴에서는 손을 들어 의견을 표출하는 방법, 채팅창을 활용해서 자신의 의견을 메시지로 공유하는 방법, 팀장이 미리 디자인을 하면 참석자의 의견을 취합할 수 있는 설문조사를 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면대면상황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IT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편리 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러한 툴을 활용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지 못한 팀원이나 그 방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리더의 경우 더욱 효과적 측면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실마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리더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다. 팀원의 각각의 개성을 알고, 각기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함께 합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리듬을 만들어가는 ‘악보’를 어떻게 따라오게 할지는 지휘자인 당신의 몫이다. 가끔은 강하게, 어떤 때는 약하게, 독주가 필요할 때는 솔로를 지목해야 하고, 파트를 나누어 조합을 만들어 이끌어야 하기도 한다. 이를 언택트리더십에 적용해 본다면,
1. 먼저 커뮤니케이션의 방법과 시기에 대해 팀의 그라운드 룰을 정해라. 대부분의 경우 기존 사무실 근무에서의 패턴에 따라 주간회의를 일주일에 한 번 했었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팀 전체 주간 화상회의 1회 및 참여 시에 팀원이 지켜야 할 ‘적극적 참여방법’에 대한 규칙, 단톡 방에 지켜야 할 매너, 등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상식조차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매우 구체적으로 정리하라. 그리고 이런 규칙들은 습관이 될 때까지 매 회의 때 리더가 반복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
2. 팀 전체 커뮤니케이션과 개별 1:1 커뮤니케이션의 리듬을 가져라. 영상회의를 하고 업무지시 밑 보고를 받는 이멜, 그리고 단톡방을 사용하다 보면 사무실 근무에서 부지불식간에 알아차릴 수 있는 개별적인 정보들이 막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 전화나 영상회의를 활용한 개별 세션의 필요성이다. 팀마다 업무의 경중에 따라 다르고, 리더와 팀원들의 기존의 커뮤니케이션스타일에 따라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가 제한적인 문자 커뮤니케이션보다는 목소리나 모습 등을 통해 직관적으로 느끼고 대화할 수 있는 전화나 영상툴을 사용하는 정기적인 개별 세션이 매우 중요하다.
3. 즉시적 피드백과 정기적인 피드백을 적절하게 활용하라.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문화의 근간이 되는 위계적인 문화가 있기 때문에 상당수의 팀원들의 경우 본인에게 업무적인 이슈가 생겼을 때 전체 회의에서 이슈를 꺼내기가 어려워 망설이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기회를 놓쳐서 의도치 않게 이슈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미리 알려 주었으면 업무 재분배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이슈일 수도 있는 데 경험이 부족한 팀원의 경우는 속앓이만 하다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문제를 키워서 터트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무실 근무 상황이라면 팀 회의에 참석할 때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나 근무상황에서의 모습 등에서 눈치를 챌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대화 기회를 통해 알 수도 있었겠지만 재택근무상황에서는 팀원이 먼저 꺼내기 전에는 리더는 깜깜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팀장은 정기적인 개별 세션 이외에 주간 영상회의에서나 이멜 또는 단톡방의 메시지에서 뭔가 특이점이 발생했다면 즉시적 피드백을 위한 개별 세션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만이 팀 내에 이슈가 발생하기 전에 이슈를 파악할 수 있는 전제적 방어막이다. 주간 전체회의에서는 말할 수 없는 개별 업무 진행상의 이슈를 먼저 물어보고 가이드를 줄 수 있고, 개별적인 터치를 통해 팀원 전체로는 할 수 없는 리더와 개별 팀원 간의 신뢰구축뿐만 아니라 추후 팀원의 평가에 대한 개별적이고도 객관적인 데이터 포인트를 쌓아갈 수가 있다.
4. 비대면과 오프라인 면대면의 황금비율을 찾아라. 언택트 시대라고는 하지만 실제 만나는 것이 불가능 것은 아니다. 코로나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중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 등은 아예 도시가 봉쇄되고 강제적 자가격리에 들어간 시점은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여전히 사람들은 만날 수도 있고, 함께 할 수도 있다. 내가 지금 코칭하고 있는 이태리의 임원의 경우 3월에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막히고 아직도 워킹비자와 여러 가지 이슈 때문에 온라인으로 한국에 있는 팀원들과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매주 팀원들과 영상회의를 하고 이멜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지만 회의 때 팀원들은 별로 말이 없고, 토론이 잘 되지 못하게 때문에 이슈를 미리 파악하기 힘든 데다가,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 되는 것 같아 어려움을 토로한다. 코치로써 대안을 오프라인 면대면을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싶지만 이런 경우 면대면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대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회사에서 근무하는 분들이라면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만 가능하다면 만날 수도 있지 않은가? 각 회사마다, 또는 팀에 따라서 일주일에 한두 번 사무실 근무를 할 수도 있고, 재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필요시에는 팀의 인원이 많지 않다면 팀 단위로 혹은 팀원 개별 미팅을 위해서 외부에서도 면대면 미팅을 할 수도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며 우리는 더욱더 연결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관계는 ‘만남’ 속에서 더욱 공고해짐을 잊지 마라. 특히 새로운 팀원이 합류했는 데 지속적으로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의도적인 오프라인 면대면이 필요하다.
리듬과 합주 – 예측 가능하게 하되, 가끔은 변칙적으로 놀라움을 선사하라!
음악에는 리듬이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몸이 저절로 함께 하게 하는 ‘박자’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또한 리듬이 있어야 한다.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경우에는 ‘공간’이라는 장소가 주는 시각적이고도 심리적인 테두리가 있기 때문에 가끔은 리듬이 없는 상황에서도 다른 정보의 소스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리듬이 없이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언택트 시대 함께 일하는 팀이라면 커뮤니케이션 리듬과 박자에 대한 그라운드룰이 있어야 하고, 합주를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리더는 강약과 리듬을 조절하며 가끔은 변칙적으로 연주를 통해 자신만의 리더십을 만들어가야 한다.
코로나 시대 1~2년 안에 치료제와 백신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제는 예전의 100% 사무실 근무방식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원하던 원하지 않든 간에 우리는 이제 다른 시대의 문을 열었고, 적응해 나가야 한다. 이제 리더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익숙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영상회의를 해야 하는 주제와 주기, 지시와 자료 공유에 있어서의 이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론, 카카오톡 단톡 방을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이러한 툴은 굳이 그룹으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1:1 면대면에서 어떻게 활용할 지등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방법을 체득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