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인 척, 잔인했던 마음에 대하여[시절 인연]
그 사람은 나에게 좋은 사람이라며 다정하게 굴었지만 나는 그 다정함에 묻은 진심이 불편했다.
처음부터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이 내게 주는 호의는 내 마음속의 속도에 발맞추지는 못했다.
나 자체를 좋아해 주는 그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내가 그 사람에게 느끼는 불편함의 한도가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시작했을 때 나는 서서히 혼자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 앞에서는 좋은 사람인척 했고, 그의 진심 어린 마음을 고마워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그 마음을 온전히 받지 못했다.
멀어지고 싶어 하면서도 그 사람의 마음에 상처가 닿을까 나쁜 마음을 전하지 못했고, 그 나쁜 마음을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전했던 것 같다.
솔직하지 못했던 마음은 결국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은 내게 잘못한 점이 없다. 다만 내 울타리 속에 존재하는 규율 안 속 형상화에 못 미쳤을 뿐이다.
그 사람은 내게 자기는 눈치가 없으니 잘못한 점을 말해 달라고 했지만 나는 차마 입 밖으로 소리 내지 못했다. 점점 미워지고 멀어지고 싶은 마음만 더 커졌을 뿐이다.
밀어낼수록 돌아오려는 그 사람의 모습에 괴로우면서도 솔직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미워져만 갔다.
솔직하게 내 입으로 뱉어낼 수 있었던 그날의 진심을 그 사람 앞에 뱉었더라면 그 상처의 깊이가 상대방에게도 깊숙이 박히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홀로 흐리멍덩한 시간 속에 갇혀 죄책감과 눈물로 나의 정체가 탄로 나길 빌었다.
그 소원이 이루어졌지만 나는 그 죄책감의 파편에서 나오질 못했다.
이 날 이후로 나는 사람을 내 울타리에 들이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으려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비겁함이 묻은 외면이었다.
나는 온전히 상대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면서도 끝내 밀어냈다.
가까운 사람에게서 서서히 멀어질 때, 나 또한 마음이 아프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을 자신이 없었고, 그 사람 곁엔 더 나은 사람이 함께하길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