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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노트 - 공간 사용 입장료 징수에 대하여

천안 민간정원 화수목


며칠전 가족,친지들과 함께 천안에 위치한 화수목 민간정원에 다녀왔다.

이곳은 '국내1호 민간정원'으로 유명한 곳으로 지역 주민 뿐만 아니라

충남지역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필자 역시 지인들과 가끔들렀던 곳인데,

몇 개월 사이에 요즘 징수체계가 바뀌어 있어 잠시 잠깐 혼란을 느꼈고,

이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왜 관람객들이 발길을 돌리는가?

"안에 식당 이용하려고 왔는데, 그래도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하나요?"


우리 다음으로 입장하려고 하는 일행들의 질문이었다.

뒤바뀐 입장료 징수 체계에 약간 불만을 가지고 입장한터라

다음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버이날을 맞아 일가 친척이 함께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 일행들은 발걸음을 돌렸다.

이 분들 이후로도 별도의 입장료를 낸다는 것을 알고 발걸음을 돌리는 일행들이 여럿 있었고,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최근 '아름다운정원 화수목'에 대한 평가가 그리 후하지 않음 역시 알게 되었다.


사실, 민간정원에 입장료를 따로 내고 들어오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보인다.

그런데 왜 유독 이곳만큼은 입장료 징수에 대한 논란이 있을까.


바로 입장료 징수체제의 변경 때문이다.


기존 화수목의 입장료 징수체계는

내부시설(카페 or 식당)이용시 무료입장

내부시설 이용하지 않을시 별도 입장료 징수 였다.

때문에 많은 분들이

'어차피 산책하다보면 차를 한잔하거나 식사를 할거니까'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으며,

내부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은

흔쾌히 '구경한 값'으로 입장료를 결제했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부터

'입장객 전원에게 입장료 징수'로 입장료 징수체계가 변경되었다.


당연히 이전 징수체계를 생각하고 방문한 분들의 경우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징수체계의 잦은 변경 역시 반복 방문객(찐팬)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당초 2022년 유료화 결정 이후에는

유료결제 이후 내부시설 시용시 할인적용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1인당 6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더라도

카페나 식당에서 일정 금액을 할인받아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그나마 불만이 적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할인금액이 줄어드는 쪽으로 변경이 되고,

결국에는 입장료와 시설이용료는 무관한 것으로 징수체계가 개편되었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겼던 것이다.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서운하지만,

공짜로, 저렴하게 누렸던 것을 정당하게 돈을 주고 이용하려면 아쉬워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아예 처음부터 입장료를 징수하는 체계였다면 오히려 불만이 적었을 것이다.


결국,

식사를 겸해서

산책과 미팅을 겸해서

이쁜 사진찍고 카페에서 SNS를 하려고 마음먹었던

고객들은 발길을 돌리는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고객들이 생각하는 적정한 요금은 어느 정도선일까?


당연히 타 정원시설들의 금액대를 몇 곳 살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민간정원 시설이라고 하면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

제주에 있는 생각하는정원

양평에 있는 네츄럴가든529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다.


앞의 두 곳은 규모가 꽤나 큰 정원이고

네츄럴가든529는 카페와 정원이 결합된 형태라 화수목과 비슷한 컨셉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의 경우

성인은 수목원 11,000원, 수목원+동물원 19,500원이다.

어린이는 7,500원


제주 생각하는 정원은

성인은 12,000원, 어린이는 7,000원이다.


양평 네츄럴가든은

성인 8,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입장객 전원 커피 또는 음료 제공)


얼핏보면 딱히 '기준'이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곳들을 방문해보면

결국은 방문객이 불만을 가지지 않을 정도의 '합리적인 입장료'라는 느낌을 준다.

이 '합리적'이라는 느낌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간단하다.

고객은 절대적인 가격만을 놓고 '싸다' '비싸다'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누린 서비스의 가치와 비교해 싸고 비싸고를 판단한다.


아침고요수목원이나 생각하는 정원의 경우 그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며

그 압도적인 크기의 공간 여기저기를 구경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내부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내부시설(식당이나 카페 등)은 이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다리가 아파서', '출출해서'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고객들은 입장료와는 별개로 시설이용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도 전혀 불만이 없다.

식당과 카페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정원공간'이라는 서비스와는 별개의 서비스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양평 내추럴가든 529는 어떤가.

이곳은 규모가 어머어마한 정도는 아니지만,

가족, 친지들과 한두시간 산책하며 이야기 나누고 사진촬영하기에 적당한 규모다.

거기다가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카페에서 음료도 제공해준다.

음료의 퀄리티가 스페셜티커피 수준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즐길만한, 저렴한 카페의 음료들 정도(또는 그 이상)는 된다.

결국 이곳을 이용하는 관람객 입장에서는

음료도 한잔 마시고, 이쁜 곳에서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는 값으로 '입장료'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8천원은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다.

그렇다면 천안 아름다운정원 화수목은?

처음부터 6천원 정도의 입장료를 지불하는 체계였다면 괜찮았을 것 같다.

다만 러려면 굳이 카페나 식당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다.

산을 끼고 있어 제법 규모가 있어 보이지만,

일반 관람객의 동선을 고려하면 그리 엄청 큰 곳은 아니다.

관람객의 포토존을 관찰해보면

입구 왼편에 있는(카페 앞) 공간, 야외웨딩이 이뤄지는 공간, 분재를 키우는 비닐하우스 공간,

그리고 그곳들을 이어주는 길가. 이 정도다.

한참 걸어올라가면 아기자기하게 이쁜 공간들이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공간들이 다 포토존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관람객이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 생각해봐야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총 4번 가량을 방문했고,

카페나 식당을 이용한 시간을 포함하면 2.5시간 정도,

정원만 이용했을 때는 1.5시간 정도 머물렀던 것 같다.

그나마 카페나 식당을 이용한 것 역시 과거 징수체계였을때 입장료를 '대신'해서 였다.

정원만을 이용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식당은 어중간하고, 카페는 좀 더 작은 규모를 고려해봄직하다.

이 두 시설은 아마 웨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카페 가격대 역시 저렴하지 않다.

다양한 연령대가 방문하는 공간인만큼 세대별 비용저항선도 고려해야 한다.

음료가 6~8천원 정도선이고, 베이커리가 별도로 있다.

과거 징수체계에서는 정원을 둘러보고 잠시 앉아쉬면서 이야기 나누는데 이 정도 비용이 결코 비싸다고 여겨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원을 관람한 것이 '공짜'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느 카페에 가도 3~4명이서 음료와 간단한 디저트 한 두개 시키면 25,000원~35,000원 정도 금액은 나온다.

여기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은 거의 없다.

하지만, 현재 화수목의 카페는 그렇지 않다.

관람객은 이미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굳이 카페를 이용할 필요도 없고,

카페 이용시 입장료와 합산해서 '비용'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 1인당 만원을 훌쩍넘는 비용을 지불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고

이것은 서비스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게 된다.


거기다 하나 더.

입장료를 징수하는 분의 안내나 멘트가 입장객의 발길을 돌리는데 한 몫 한다.

물론 바뀐 징수체계를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하루에서 수십명씩 불만을 제기하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하다보면 지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앞의 고객들에게서 얻은 상처를 뒷고객들에게 전가해서는 안된다.

이 부분은 CS를 담당하는 분이 꼭 짚어야 할 부분이다.


"올해부터 비용이 이러이러해요. 비싸다 싶으면 이용안하시면 돼요."

이건 아니다.



경영 측면에서 바라본 화수목 입장료 개선 방안은?


양평 내추럴가든529를 벤치마킹하는건 어떨까 싶다.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일정 부분 수익을 올리는 것 역시 중요하다.

때문에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포인트를 여기저기 만들어두어야 한다.


입장객 전원에게 6천원 가량의 음료를 제공하는 건 어떨까.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한다면 아무리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단가가 1천원을 넘지 않으니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음료는 무료로 제공하돼, 베이커리 부분을 보강해서

자연스럽게 베이커리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 역시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


식당은 수익률을 계산해보고 그 공간을 정리하는 것 까지도 고려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야웨웨딩을 위해서 그런 공간이 필요했다면

차라리 케이터링 서비스나 출장뷔페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도 생각해봄직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관람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적대적 감정을 둘 필요는 없다.

좋든 싫든 사람들이 방문해주었기 때문에 그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은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용객의 여론을 살피려면 네이버와 인스타그램 두 개 정도는 챙겨야 한다.

불만이 담긴 내용을 남긴 고객이라면 다시금 마음을 돌리고

재방문해서 좋은 느낌을 심어주고, 그것이 모바일이든 웹이든 남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글 몇개만 검색해보면 화수목에 대한 평가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는데

왜 이 정도 정성도 들이지 않는가.

개개인의 경험과 감정이 곧 매출과도 연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객들이 어떤 부분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초 가격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애초 초기 세팅을 지금처럼 했다면 지금과 같은 불만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가격설정과 징수체계의 변경은

서비스 운영에 있어 가장 신중해야하는 부분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화수목 사례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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