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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노트-잡스병 환자들에 대하여

2011년 10월.

애플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형, 벌써 10년도 넘었어.

그가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세계인의 삶을 바꾼 '거인'임을 부정할 마음은 없다.

다만, 지극히 경영자의 입장에서

평범한, 일반적인 회사에 그의 전략이나 운영방법 등의 적용을

고려한다면 말리고 싶다.


왜냐면, 그와 같은 경영방식은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 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 역시

당시 상황, 업계 등

그를 둘러싼 많은 환경요인에서만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오늘도 '막무가내로' 잡스 흉내를 내고 있는 일부 경영자들의 모습이 걱정스럽다.


잡스 사후 그의 전기도 몇번이나 읽었고,

그와 관련된 영상자료, 영화 등도 많이 봤기에

희미하게나마 그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그는 훌륭한 경영자이다.

내가 시는 상사만 아니라면.


당신은 잡스인가.


아직도 업무분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잡스'식 경영을 하는 이들이 있다.


업계 최고의 급여를 보장하고,

이루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면

스티브 잡스처럼 경영을 할 수 도 있다.('해야된다'나 '해도된다'가 아니다. "할 수 도 있다."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대외활동처럼

지극히 '관심사'에 의존한 조직이나(딱히 금전적 보수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중소기업처럼

돌아서면 자금란에 허덕이는(그래서 줄일게 인건비 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나 잡스. 너 따라와.' 이런 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면

대표자의 머릿속에만 있는(아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목표를 달성하기전에 조직이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


스티브 잡스는

전세계의 IT흐름을 선도하는 기업의 대표자였고,

그 조직의 구성원들은 모두 업계 탑티어들이었다.

때문에 이들을 극한의 상황으로까지 몰아넣으면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2022년 현재 대한민국의 회사들 중에

이런 조건이 갖추어진 회사는 손에 꼽는다.(고백한다. 처음에는 '없다'고 적었다.)

때문에, 잡스 식 경영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잡스는 무조건 생각을 밀어붙인게 아니다.


안타깝게도 '스타트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사업놀이'를 하는 대표자들 역시 많다.

이런 분들 몇 분 만나봤는데,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아는 것을 '전부'라고 생각하고, 오로지 그것을 관철시키려고만 한다.

주변 사람들, 특히 직원들의 생각은 그저 '나보다 잘 모르는 저렙 참가자의 의견' 정도일 뿐이다.


대표자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여러 의견을 담는 '생각의 크기'라고 확신한다.

다른 그 무엇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잡스에 빙의된 일부 대표자들을 보면 '생각의 크기'가 정말 나노 사이즈다.

그 크기에는 오로지 자신의 생각 밖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주변에서 어떤 의견을 내도 결과는 '내 생각이 옳다'로 귀결된다.


이런 대표자들이 가지고 있는 큰 착각 중에 하나가

'내가 가장 잘 안다'이다.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생각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본인은 경영 관련 책도 많이 읽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무조건 직원들보다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개인 일상과 관련된 착각은 그냥 그렇게 살면 되지만,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이런 착각을 하면 조직 전체에 엄청난 위험요소가 된다.


현장업무는 직접 현장에서 부딪치는 사람이 가장 잘 안다.

현 시점에서 내가 가장 현장 일을 많이 하는게 아니라면

겸손하게 현장 담당자들의 생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명확한 비전은 내가 그리는거다.

하나도 안 맞을지언정

1년 후, 3년 후, 5년 후

내가 속한 업계의 변화와 그에 따른 우리 회사의 방향은 대표가 그리는거다.

그걸 머릿속에 그리는데 여러사람 의견을 들어보라는거다.

내 머릿속에도 없는 '방향'을 어찌 직원들에게 강요하는가.

그럴거면 직원들 연봉 더 줘라. 제일 힘든 일 하고 있는거니까.


잡스는 괴팍한 성격 때문에 비난받지만,

명확한 비전은 정확히 본인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다.

그걸 기준으로 성질내고, 고집부렸다.

바지위에 팬티 입는다고 전부 슈퍼맨 되는거 아니다. 제발.




'투자'받는 것과 '돈 버는 것'을 구분 못하면 정신병이다.


좀 세게 말하겠다.

'스타트업'이고 나발이고, 사업을 하면 돈을 벌어야 한다.

일부지만 '투자'를 '돈 버는 일'로 착각하는 대표들이 있다.


이런 경영자들은

투자를 받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투자를 받기 위해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고민한다.


투자를 '생명연장'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면 안된다.

그럴거 같으면 현재 있는 자산들 처분해서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맞다.


'비전이 있는 사업모델이지만, 현재 자금 상황으로는 그것을 현실화하는 것이 어려울 때'

투자를 받는 것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앞으로 돈 벌릴 일 것이 명확할 때,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이런게 아니라면

그 투자는 반.드.시. 실패한다.


안타깝게도

스타트업을 하는 젊은 대표님들 중에 꽤나 많은 분들이

'투자'자체를 위한 준비에만 몰두한다.


간단히 흐름만 짚어보겠다.


(정상적인/성장하는 사고방식)

OOO은 분명 곧 터질 사업모델이야 - 이거 내가/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 근데 당분간 이걸 시도하기에는 자금력이 없어 - 투자를 유치해서 꼭 현실화해야 겠어!


(비정상적인/투자 자체만을 위한 사고방식)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기에 자금력이 없어 - 투자를 유치해야겠어

- 뭘하지? 어떻게 하면 그럴듯해보이지?


생각의 순서가 틀린거다.

이렇게 하면 투자를 받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설령 투자를 받는다고 해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제발, 프리젠테이션 연습하는 정성으로

본인들 사업에 더 집중하길 바란다.

스티브 잡스는 프리젠테이션'도' 잘한거지, 프리젠테이션'만' 잘한게 아니다.

중요한건, 사업을 '돈'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이것부터 키운 후에 '투자' 생각해도 늦지 않다.



*사실 '투자'...안 받을 수 있으면 안 받는게 좋다.'주식부자'순위 따지는데 참여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굳이 지분을 희석시킬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한 번이라도 '투자'받아본 분들은 아실꺼다. 얼마나 눈치보이고, 마음대로 하기 힘든지.


이제 우리 그만 스티브 잡스를 보내주자.

그런 경영자는 한 세기에 한 명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굳이 내가 그럴 필요가 있을까?


모습과 행동을 따라하기 보다는

실력과 성과를 따라해야겠다 다짐하며

노트를 마무리 한다.


#그나저나 #오늘저녁은뭐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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