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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통날

독감 바이러스 전파자

그녀의 지독한 이기심

by 방토

회사 사무실에 파티션이 없다. 마주 보고 일해야 하는 개방형 책상이다.

내 맞은편에 앉은 직원이 저번주부터 감기기운이 있다고 하더니

결국 월요일에 독감 판정을 받아 출근을 하지 못했다.

몇 해 전 A형 독감으로 사경을 헤맸던 적이 있어 독감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런데 잠깐 노트북을 챙기러 왔다는 그 직원은 마스크를 끼지 않고 두 시간을 책상에 앉아 콜록콜록 연신 기침을 해댔다.

평소 자차로 운전하다 보니 마스크를 따로 챙기지 않아 무방비 상태로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세상에서 콧구멍을 쑤시는 바이러스 검사가 너무너무 싫다. 더 두려운 건 나로 인해 일곱살 딸과 남편까지 독감에 걸리는 상황이다. 특히 폐 기관지가 약해서 겨울엔 입원을 달고 살았던 딸에게 독감 바이러스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틀을 재택근무로 일하던 그 직원이 어제부터 다시 정상출근을 했다. 그런데 여전히 기침을 콜록콜록하면서도 마스크조차 챙겨 오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던데 버스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 침방울을 퍼뜨리고 다녔을까. 평소에 잘 씻지 않아 땀에 절은 악취를 풍기고 업무에 스트레스받으면 컴퓨터 자판기가 부숴질듯 두드리는 그녀의 평소 이기적인 행동이 이럴 때도 여실히 드러난다.


결국 마스크를 쓴 건 나다.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는 내가 혐오하는 부류의 사람 그녀와 나는 오늘도 마주 앉아 일을 한다.

오늘만 참으면 주말이다. 부디 독감 바이러스에서 피해갈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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