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머리끈 1
아무런 온기가 남아있지 않는
초겨울 늦저녁
머리맡 끊어진 머리끈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머리맡 끊어진 머리끈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쓸모가 없고, 먼지가 쌓인
저 머리끈을 왜 버리지 못할까.
나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질문의 답을 난, 알고 있었다.
끊어져 쓰레기가 된 머리끈이지만,
너의 물건이니 가져가라는 핑계로
널 못 잊었다는 핑계 삼아
널 보겠다는 나의 못된 생각
나의 못된 답
너의 옷깃이라도 잡아
붙잡고 싶었지만,
끊어진 머리끈이
우리의 사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
갈 수 없었다,
붙잡을 수 없었다.
머리끈이 끊어지지만 않았더라면,
끊어진 머리끈을 빨리 버렸더라면,
나는 매일을
아무런 온기가 남아있지 않는
초겨울 늦저녁에
머무르지 않아도 될 텐데.
우리의 추억이 남아있는
너의 물건들은 다, 버렸는데
네 머리끈은 못 버리겠더라.
끊어져서, 쓰지도 못할 머리끈인데도
네 머리끈이라, 못 버리겠더라.
창 밖으로 노을이 보여.
노을이 하늘과 일렁이는데,
그것마저 흐려 보였어.
일렁이는 노을을 보며 왜,
그것마저 흐릿해 보였을까.
아마도
너를 향한 그리움 가득한 눈물이,
나의 눈을 가득 채웠을 거야.
손을 뻗어봐도, 닿을 수 없는 네가
그리워해도, 보지 못하는 네가
내겐, 너무 애탔나 봐.
내게, 너무 소중했나 봐.
사랑이 원래 이렇게 아픈 걸까?
이별이 원래 이렇게 아픈 거야?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원하고, 보고파한 거야?
이렇게나 아픈 사랑을,
우리는 함께했어.
함께여서,
우리여서,
안 아프게 느껴졌던 걸까?
아니면, 그저 너라서 그랬던 걸까.
네가 어느 곳에 있고,
네게 어느 곳에 머무르고 있는지 알아.
그럼에도 나는 너를 찾지 않았어.
왜냐고 묻는다면, 난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이렇게 말할 거야.
네가 나로 인해, 아프지 않았으면 하니까.
너게 나랑 한 사랑이 아픈 기억으로 남지 않았으면 하니까.
멍청하게도, 나는 겁을 먹었던 것 같아.
너를 사랑하면서, 나는 네가 주는 사랑만 먹고 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이별의 시간이
너무 무서웠어. 도망치고 싶었어.
이제 네가 없는 집을 들어오면,
차가운 공기가 나를 반겨주고 있어.
집에 들어오면,
한 자리에 자리 잡고 있는
너의 끊어진 머리끈이
나를 바라보고 있어.
그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라려져서 고통스럽지만
저것마저 버리게 되면, 이젠 영원히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버리지를 못 하겠어.
언제는, 그 작고 여린 머리끈을 부여잡고
오열한 적이 있어. 너무 바보 같지?
그때, 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너는 알까,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아파하고, 붕 떠있는 모습을 알아야
네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더 아파해야 할 것 같아.
더 그리워해야 할 것 같아.
네가 돌아오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나는 이기적이니까, 계속해서 못된 생각을 하고
못된 답을 풀어낼게.
난, 아직도 네가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어.
그러니까, 언제든 내가 그리워지면 나의 품 속으로 돌아와 줘.
네가 떠난 이후로,
매일을,
영원히,
초겨울 늦저녁에 머무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