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벽을 짚고도 게처럼 옆으로만 걸었다
둥근 벽이 있다면 한 바퀴를 빙 돌아왔을 것이다
이제 두 다리는 어디든 디딜 수 있어서
조랑말이 되어 날뛴다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저 조그만 발이 바닥을 뚫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바닥은 늘어가는 몸무게를 치열하게 기록한다
걸음마다 발자국은 이야기로 알록달록하다
양치하기 싫어 도망가는 발자국의 빛깔과
신이 나서 달려오는 발자국의 빛깔은 다르고
화내며 힘쓰는 발자국의 빛깔은 또 다르다
제각기 선명하게 빛난다
때로 그것만으로도 눈이 부시니
바닥의 마음으로
퍼져나가는 윤슬들을 하나씩 닦아야지
그래도 견딜 수 없다면
달려 나가려는 말을 안고
깔깔대는 심장을 안고
귓속말로 속삭인다
아가야 물고기 꿈을 꾸거라
물고기는 어두운 바다를 뚫고
우아한 춤으로 흐른단다
하지만 물고기는 물고기의 말이 있고
사람은 사람의 말이 있다
조랑말이 답한다
푸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