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사는 친구가 이왕 대전에 왔으니 태평소국밥 한 번쯤 먹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왕이면 본점으로 가자고 했다. 숙소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겉에서 봐도 노포 느낌이 나는 식당이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주머니들이 식사하시는 중이었는지 옆에 별관으로 가라고 하셨다. 친구도 별관은 처음 가본다고 했다.
우리는 셋 다 소국밥을 주문했다. 메뉴판을 살펴본 것은 아니었고 대전 친구가 주문하는 것을 따라 주문했다. 친구는 "대전에 왔으니 태평소국밥 한 번쯤 먹어봐야지."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 말이 묘했다. '꼭' 먹어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번쯤은' 이라니. 강원도 친구는 근무차 대전에 왔다가 몇 번 들렀다고 했으니 그날 태평소국밥은 나를 위한 메뉴 선정이었다고 해도 좋았다.
국밥은 주문하자마자 나왔다. 적당히 따뜻한 맑은 국에 나박하게 썬 무와 소고기들이 들어있었다. 국밥을 먹는 우리는 말이 없었다. 그래서 옆 테이블의 대화가 더 크게 들렸다.
"이게 맛있어?"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나이는 40대 중반. 맞은편 일행도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으니 우리처럼 친구 사이일지도 몰랐다. 맞은편 친구는 맛이 없냐고 되물었다.
"아니, 내 말은 이게 뭐 특별한 맛이냐고?"
맞은편 친구분이 뭐라고 답했더라? 뭐라고 우물쭈물 대답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침묵하셨던 것 같기도 했다. 이게 맛있느냐고 따지는 목소리가 너무 인상적이라서 다른 건 지워졌는지도 모른다.
소국밥 맛은 내게도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그런 맛이었다. 안 그래도 식사를 마치고 밖에 나오자 친구가 넌지시 물어왔다.
"어땠어? 맛있었어?"
강원도 친구의 질문이었다. 그는 뭔가 묘하게 들떠 보였는데 내 평가가 궁금하다기보다 내가 어느 쪽으로 말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맛있었다고 답했다. 이게 뭐 특별한 맛이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격에 비해 무도, 소고기도 실하게 들어간 든든한 한 끼였다.
군산의 유명 빵집인 이성당의 단팥빵은 얇은 빵 속에 단팥소가 가득 들어있어 하나만 먹어도 포만감이 생긴다. 대전의 유명 빵집인 성심당도 팔고 남은 빵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눠주며 착한 빵집으로 사랑받아 왔다. 태평소국밥도 그런 맛이었다. 착하고 푸짐한 맛.
그 따뜻한 인정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맛집으로 소문이 나고 그러다 보니 그런 소문이 퍼져 대전에 오면 한 번쯤 가봐야 할 식당으로 관광객 맛집이 된 것이겠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언제나 보답받을 수 있는 것도, 반드시 보답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식어가는 국을 멍하니 바라봐야만 하는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따뜻하게 성실하게 살아가라는 응원 같은 것이 국밥에 있었다. 한 끼 국밥에 배도 마음도 든든해진다면 다음에 대전에 들렀을 때 한 번쯤 더 먹어봐도 괜찮은 맛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