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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미잘 Jan 16. 2024

기혼자의 외로움

어두운 카페에 앉아 어스름한 불빛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친구가 애인과 헤어져 우울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카페가 어두워서였을까? 친구는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 망울망울 뱉어냈다. 이야기의 끝은 기혼자인 나에 대한 일종의 부러움이었다.

"결혼한 사람들 부러워. 결혼하면 이런 외로움 안 느낄 거 아냐."

친구의 눈은 나를 은근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나도 어떤 식으로든 답을 해줘야 했다.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친구에게 적당한 위로를 해주고 싶었는데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으므로(은근한 눈빛은 분명 질문이었다.) 대답도 툭 하고 나와버렸다.

"어, 나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아."


친구는 이별 후 외로움에 빠져있는 듯했다. 

매일 같이 주고받았을 메시지들이 오지 않아 조용한 휴대폰이 어색했을 것이다. 퇴근 후 혹은 주말에 데이트를 위해 남겨두어야 했던 시간들이 텅 비어 심심했을 것이다. 사소한 일상 이야기들을 나눌 사람이 없어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이별이 커다란 구멍처럼 느껴져 헛헛했겠지. 그래서 괜히 내가 가진 떡이 더 커 보였을까?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그러니까, 결혼을 했어도 나는 외로웠다.

아내가 늦잠 자는 아침 홀로 바닥을 쓸고 닦으며 느끼는 외로움도 있었고, 아내가 잠든 새벽 혼자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느끼는 외로움도 있었다. 부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혼자 있는 시간은 존재하고 또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같이 있으면 외롭지 않았나?

서로 어긋나는 대화만 하며 걸었던 어느 날 밤 산책 후에 느꼈던 외로움. 몸도 정신도 탈탈 털린 어느 날, 아내의 직장 이야기를 소파에 반쯤 누운 채로 들으며 느꼈던 외로움. 같은 침대에 누워있어도 서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쪽이 키득키득 웃더라도 같이 웃을 수 없는 외로움. 온통 외로움 투성이다. 

왜 나를 외롭게 뒀냐고 아내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혼자이므로 외롭지 않을 리가 없다. 외로움은 늘 침묵이나 빗물처럼 빈 틈을 파고 들어왔다. 어쩌면 외로움이 먼저 있었고 그 자리에 내가 다른 것들을 채웠을지도 모른다. 


친구가 당장 애인과 헤어져 느끼는 상실감과 내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잔잔한 외로움은 다른 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결혼했으니 외롭지 않겠다며 부러워하던 친구는 내 이야기에 고민하는 듯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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